[대북관계 전문가 28명에 묻다] 남북 군사충돌 가능성
6자회담 재개 등 북-미 관계 및 남북관계에 새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한다면, 2011년에 남북한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설문조사에 응한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북-미 관계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한국의 대북 심리전 같은 대북 자극이 확대되고 3월로 예정된 키리졸브 한-미 군사연습이 강화된다면,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은 높다”고 내다봤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2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를 목표로 권력 승계와 내부단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몇차례 추가도발이 필요할 수 있다”며 ‘북한 내부 요인’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추가도발 여부 및 방식과 관련해 1월19일 시작될 미-중 정상회담에 주목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가 대화와 협상 쪽으로 진전되지 않는다면 북한은 3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가능한 국지도발 형태로 서해 5도 포격이나 기습상륙, 북방한계선(NLL) 이남 수역으로 해안포 사격,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북한이 선택할 카드에 대해 “북한 특유의 ‘예상을 초월하는 충격과 공포 전략’을 고려할 때 다른 상상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남북 군사충돌이 생기면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때보다 확대된 교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미·중 양국이 동북아 정세를 뒤흔들 전면전을 바라지 않는데다, 남북도 전면전은 꺼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창현 <민족21> 대표(국민대 겸임교수)는 “북한은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 미국과의 협상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확전 가능성이 있는 도발 형태는 조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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