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조건 남북대화’ 제의 뜯어보니
미에 메시지 던져…후계 안착에도 도움 판단
남, 대화불가만 고수하다간 국제흐름 소외 우려
“연평도·북핵·인권 등 논의하자고 역제의 하라”
미에 메시지 던져…후계 안착에도 도움 판단
남, 대화불가만 고수하다간 국제흐름 소외 우려
“연평도·북핵·인권 등 논의하자고 역제의 하라”
새해 벽두부터 북한이 다양한 방식으로 남북대화 재개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새해 공동사설을 통해 ‘남북대결 해소’를 촉구하더니, 5일엔 ‘정부·정당·단체 연합 성명’을 통해 상호 비방중지와 무조건적인 남북 당국간 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북쪽의 잇단 남북대화 제의를 두곤 6자회담 재개 분위기 조성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후계구도 안착이라는 대내외적 목표를 두루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이 많다.
북쪽의 연합 성명은 최근 미국이 6자회담을 다시 열려면 남북관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 가운데 나왔다. 북쪽으로선 연합 성명을 통해 미국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오는 19일 워싱턴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 안정과 남북관계 개선을 남북 모두에 요구해온 중국의 체면도 크게 살려주게 됐다.
선제적 대화 제의를 통해 지난해 연평도 포격으로 안게 된 ‘도발자’ 이미지를 물타기하는 외교적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북쪽 내부적으로도 후계체제 안착에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후계체제를 조기 정착시키려면 안정적 경제성장을 통한 민생 향상이 시급한 과제다. 정세 안정과 남쪽의 지원이 필요한 사안이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6일 “대남 도발로 민심 결속 효과를 거뒀으니, 이젠 경제난 타개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쪽의 대화 제의는 당국의 직접 제안이 아닌 ‘연합 성명’이란 우회적 형식을 띠고 있다. 남쪽 정부가 요구하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유감’ 표명은 담지 않았다. 이를 두곤 북쪽이 남쪽의 호응 여부를 확신하지 못해, 퇴로를 열어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연수 교수는 “우리 정부가 받지 않을 경우 민간·야당 등과의 접촉을 통해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대화 중단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릴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수락하자니 끌려가는 모양이 되고, 거부하자니 경색국면의 책임을 뒤집어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남쪽의 과감한 대화 수용이 답이라는 권고가 나온다. 연합 성명이 ‘대화와 협상, 접촉에서 긴장완화와 평화, 화해와 협력사업을 포함해 민족의 중대사와 관련한 모든 문제들을 협의·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점에 주목해, 일단 만나서 천안함·연평도 사건까지 논의하면 된다는 것이다.
ㅡ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제 남한 정부가 북한에 ‘특사 회담을 위한 예비 접촉’이나 ‘장관급 회담을 위한 예비 접촉’을 제안해 북한의 입장을 직접 확인할 때”라고 했고,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민주당 의원도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북핵문제, 이산가족,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비롯한 인권문제 등을 북한이 말하는 소위 ‘민족의 중대사와 관련된 문제’로 논의하자고 (역)제의하기 바란다”고 권고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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