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부 장관(앞줄 오른쪽)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앞줄 오른쪽 둘째)이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하려고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앞줄 왼쪽은 한민구 합동참모본부 의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게이츠 미 국방 방한“남북 직접 대화로 시작하는 외교적 협상 가능”
군, 연합 대잠훈련 확대 요청 ‘동북아 새변수’
군, 연합 대잠훈련 확대 요청 ‘동북아 새변수’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14일 “한-미 연합훈련은 앞으로도 계속하고 양국 해군의 연합 해상훈련은 (동·서·남해) 전역에서 계속할 필요가 있으며 북한 위협 억제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또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다음 단계의 조처와 관련해 “남북대화로 시작하는 외교적인 협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게이츠 장관은 중국(9~12일)과 일본(12~14일)을 거쳐 이날 한국에 들러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장광일 국방부 정책실장이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 항공모함 등이 참가한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로 미뤄볼 때 미국은 연합훈련을 통해 북한 도발 억제뿐만 아니라 게이츠 장관의 방중 기간에 첨단 스텔스전투기 ‘젠-20’의 시험비행 등으로 미국을 압박한 중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군당국은 올해 우리 해군 단독으로 실시하는 대잠훈련은 2배 이상 강화하고, 미군과 함께 실시하는 연합 대잠훈련도 횟수를 늘리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중이다.
장 정책실장은 또 “게이츠 장관이 북핵과 미사일이 동북아뿐 아니라 미국에도 위협이 되고 ‘북한이 다시 도발하면 강력 응징하겠다’는 한국의 여론 변화를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중국에 전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과 한국의 강력한 대응 과정에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좀더 적극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라는 압박인 셈이다.
게이츠 장관은 한-미 국방장관 머리발언에서 “북한에 대한 다음 단계와 관련해 외교적 관여(협상)가 가능하며, 그것은 남북간의 직접대화에서 시작될 것”이라며 “북한과의 대화가 생산적일 것으로 기대되고 북한이 진정성 있게 나온다면 6자회담 재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은 위험한 도발을 중지해야 하고 국제사회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것을 분명하게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회담에서 천안함과 연평도에 대한 책임 있는 조처와 추가도발 방지를 위한 확약, 핵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자세 변화 등 우리 정부가 천명한 북한의 선행조처를 강조했다고 장광일 국방부 정책실장은 전했다.
게이츠 장관은 14일 오전 한국으로 출발하기 앞서 도쿄 게이오대 강연에서 “세계무대에서 건설적 역할을 하는 중국을 환영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중국을 미국의 적으로 보는 관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미국 정부가 최근 북한 위협요소를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대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게이츠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금년이 남북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양국이 함께 협력하고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권혁철 황준범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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