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만나보고 본회담 개최여부 판단”
북, 천안함 관련 역공펼치면 판 깨질수도
핵문제도 서로 입장고수땐 대화 ’빨간불’
북, 천안함 관련 역공펼치면 판 깨질수도
핵문제도 서로 입장고수땐 대화 ’빨간불’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과 고위급 당국회담 개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실제 성사까진 마지막 9부 능선을 넘어서야 한다. 주도권을 쥐기 위한 남북 사이 팽팽한 ‘수’ 싸움도 시작됐다.
북한이 20일 제의한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예비회담이 첫 고비다. 정부는 일단 예비회담의 시점과 장소, 대표단 구성 방안은 다음주 중반께 군 통신선을 통해 북쪽에 제의하기로 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실제 예비회담은 2월 중순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비회담 장소는 판문점 남쪽 ‘평화의 집’이나 북쪽 ‘통일각’이 거론된다. 실무회담인 만큼 대령급 실무자가 수석대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예비회담에서 고위급 군사회담의 격과 의제를 분명히 확인하고 넘어가겠다는 태도다. 국방부는 처음에 ‘고위급’의 격을 “국방장관 회담으로 해석해도 틀리지 않다”고 밝혔다가 “장관급 회담이 될 수도 있고 장성급 회담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을 바꿨다. 장광일 국방정책실장은 21일 “우리 생각과 북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실무회담을 해보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특히 예비회담에서 본회담의 의제를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쪽의 책임 있는 조처와 추가도발 방지 확약으로 확정지어야 본회담에 나갈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예비회담을 해보고 본회담의 개최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작년 9월 대령급 실무회담 때처럼 소모적인 논쟁의 장이 되거나 정치적인 선전의 장이 되면 본회담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북쪽이 의제는 본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하면 된다며 피해나갈 경우 정부도 남북대화를 바라는 미국과 중국을 의식해서라도 본회담 자체를 뿌리치진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어렵게 본회담이 열려도 회담 결과는 ‘낙관불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조처의 의미를 “북한의 시인과 사과, 재발(추가도발) 방지 확약”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쪽은 연평도 포격은 유감을 표시해도, 천안함 침몰에 대해선 기존 주장대로 무관하다며 ‘공동조사’를 하자고 역공을 펴거나 ‘서해상의 불행한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남북이 같이 노력하자’는 식의 우회적 ‘재발방지’ 언급만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정부가 이에 만족하지 못하면 판이 깨질 수도 있다.
정부가 북쪽의 비핵화 진정성 확인을 위해 별도로 제의하겠다고 밝힌 고위급 회담도 당국 대화의 기류를 좌우할 변수다. 정부는 일단 두 회담을 연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쪽이 핵 문제는 6자회담에서 논의하겠다며 거부할 경우 고위급 군사회담에도 부정적 파장이 예상된다. 북쪽이 예전에 열렸던 남북 장관급회담처럼 모든 문제를 논의할 고위급 당국회담을 복원하자고 역제의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북쪽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기 전에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틸 경우 남북대화 국면 진입은 물론 6자회담 재개에도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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