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 체면·남 여론 충족할 방안 찾아야”
‘북 공보’로 본 남-북 군사회담 시각차
남북이 군사 실무회담 결렬 뒤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비난의 말대포를 쏘아대고 있다.
북한은 10일 군사 실무회담 북쪽 대표단 명의의 ‘공보’를 통해 “(회담 결렬은) 괴뢰 국방부와 통일부 패거리들을 비롯한 역적패당의 고의적인 대화파탄 흉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북쪽은 전날 회담에서 자신들은 고위급 군사회담 의제로 먼저 남쪽이 주장하는 두 사건(천안함·연평도 사건)을 다루고, 그 다음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도발금지 문제를 협의하자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으나, 남쪽이 회담 파탄을 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남쪽 수석대표인 문상균 대령(국방부 북한정책과장)은 “북은 한 회의에서 두가지 사건을 살짝 이야기하고 세번째 안을 본격적으로 얘기하자는 전략으로, 천안함·연평도 두가지를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겠다는 의도였다”며 “우리는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만한 조처를 북쪽이 분명히 내놓으면 그 다음에 차수를 바꿔 군사적 긴장 해소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북쪽은 또 회담 날짜를 두고도 “남쪽은 2월말께를 계속 고집했다”며 “역적패당은 침략적인 (키리졸브 한-미) 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지는 2월말경에 고위급 군사회담 날자를 정한다면 우리측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타산하고, 회담 파탄의 책임을 자연히 우리측에 떠넘길 수 있다고 획책했던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회담 준비기간이 필요하고, 키리졸브는 3월에 열리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요약하면 북쪽은 빨리, 인민무력부 부부장급(차관급)이 만나 세 의제를 한날 순차적으로 논의하자고 했다. 반면에 남쪽은 준비기간을 두고 장관급 또는 합참의장급이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쪽의 조처를 확인한 뒤에야 북쪽이 제시한 군사적 긴장 해소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맞섰다.
이런 차이엔 고위급 군사회담을 둔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속셈이 깔려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빨리 남북대화를 거쳐 6자회담으로 가고 남북 간에도 군사회담을 계기로 적십자 및 당국 회담을 열어 쌀·비료 지원을 받아내는 게 목적”이라며 “군사회담은 통과의례 정도로 빨리 넘어가려고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남쪽은 군사회담을 통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북한의 명시적인 사과를 먼저 받아내겠다는 목표에만 매달렸다.
그러나,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군사회담에서 당사자인 북한 군부가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공식 인정하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라며 “정부가 군사회담을 징검다리 삼아 남북관계를 복원하겠다는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물밑조율을 통해 북한의 체면과 남쪽의 여론을 두루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안보 분야의 한 전직 고위 당국자도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는 먼저 대화의 판을 깨는 쪽이 지는 구도가 됐다”며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마당에 총리급이나 장관급회담 등의 포괄적 협의체를 통해 대화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그러나,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군사회담에서 당사자인 북한 군부가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공식 인정하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라며 “정부가 군사회담을 징검다리 삼아 남북관계를 복원하겠다는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물밑조율을 통해 북한의 체면과 남쪽의 여론을 두루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안보 분야의 한 전직 고위 당국자도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는 먼저 대화의 판을 깨는 쪽이 지는 구도가 됐다”며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마당에 총리급이나 장관급회담 등의 포괄적 협의체를 통해 대화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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