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포함한 서울 등 수도권 상공을 방어하는 육군 35㎜ 대공포(오리콘)가 제 구실을 발휘하지 못해 관련 군납업체 등을 서울지방경찰청과 공조 조사하고 있다고 11일 국방부가 밝혔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최근 미국의 한 무기중개업체의 국내 수입대행사가 오리콘 몸통을 미국에서 조달한다는 애초 계약과 달리 돈을 아끼려고 포 몸통을 자격이 없는 국내 기계제작업체에서 만들어 일단 홍콩으로 보낸 뒤 다시 국내로 역수입해 군에 납품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말했다. 오리콘은 35㎜ 포신 2개가 달렸는데, 문제가 된 포 몸통은 포신 2개를 고정·지지하는 구실을 한다. 스위스제인 오리콘은 1970년대 말부터 수입됐지만, 스위스 업체가 생산을 중단해 수리 부품은 미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이 당국자는 “수입대행사가 납품한 일종의 ‘짝퉁’포 몸통은 정식 규격품이 아니라서 일선 부대에서 포신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크기가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고, 기관포를 5000발 가량 사격한 뒤 포 몸통을 교체해야 하는데 규격 미달품이라 이보다 휠씬 이전에 포 몸통이 균열·파손됐다”고 말했다.
현재 육군이 보유한 오리콘 36문에 필요한 포 몸통 72개 중 절반이 넘는 49개가 이런 방식으로 납품된 불량품이어서 사격 훈련 때 균열 등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수도권 대공방어망은 오리콘뿐만 아니라 20㎜ 기관포 벌컨, 30㎜ 기관포 2문을 단 자주대공포인 비호, 단거리 지대공미사일인 천마 등 여러 단계로 구성되므로, 일부 오리콘에 문제가 있더라도 대공방어망의 공백은 없다고 설명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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