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택 통일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해 북한 동향과 남북관계를 비공개로 설명하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상태와 관련해 “급격히 나아지거나 악화하지도 않은 ‘그럭저럭한 상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인택 장관은 또 일부에서 김 위원장이 군부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회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이 전했다. 현 장관은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관련해선 “열심히 권력세습 수업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일성 생일(4월15일) 등 중요한 계기에 더 공식적인 직함을 가질 수는 있지만, 좀더 확고하고 결정적인 권력을 구축한 다음에 후계자로 공식 등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 장관은 또 김정은 부위원장은 권력 경험이 전혀 없는 26살의 청년에 불과하다며 후계세습의 불안정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현 장관은 북한 군부의 정책결정 영향력이 통일전선부나 외무성보다 훨씬 우위에 있고, 최근에는 대외관계까지도 군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외자도입을 위한 합영회사 등을 설립하고 있지만, 실적이 전혀 없고 이와 관련한 정치적 결단도 못하고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선 “엄청나게 심각하다”고 현 장관은 말했다. 북한은 한해에 대략 100만t의 식량이 모자라는데 이런 상황이 3년이나 돼 이 때문에 최근에는 염치 불구하고 전 세계에 식량을 구걸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 장관은 밑으로부터의 혁명을 위한 세력이 보이지 않는 등 북한이 금방 붕괴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배급 차별화 등을 통해 북한이 ‘평양공화국’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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