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병대 어떻게 알고 수사준비
대령이 신고…국방부 “몰랐다”
인도네시아도 사건 덮으려 해
대령이 신고…국방부 “몰랐다”
인도네시아도 사건 덮으려 해
국정원 직원들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의혹 사건을 둘러싼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정부와 국정원, 경찰 등이 사건의 실체를 함구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헌병은 어떻게 알고 수사에 착수하려 했나 군 수사기관인 헌병이 이번 사건을 조사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사건 발생 직후 헌병 조직에서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을 나름대로 수사하려고 준비했다가 얼마 뒤 중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애초 헌병은 특사단에 인도네시아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이 포함돼 있고, 고등훈련기(T-50) 수출 관련 내용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등 군 관련 사건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헌병 조직의 군 관련 범죄정보를 수집하는 부서가 사건을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병이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사건을 덮은 것은 국정원 직원이 관련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사건을 신고한 군 무관은 왜 군에 알리지 않았나 사건을 경찰에 처음 신고한 사람은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국방 무관(육군 대령)이었다. 국방부 당국자는 22일 “특사단과 함께 입국한 한국 무관은 16일 저녁 8시께 본국으로 돌아가는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환송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사건을 알게 됐다”며 “그는 주한 인도네시아대사관 무관과 함께 특사단 숙소에 돌아온 뒤 밤 11시께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영어, 한국어가 서툴러 한국 무관에게 대신 신고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각종 정보를 수집해 보고하는 게 임무인 무관이 사건을 국방부엔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데 대해선 군 안팎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무관은 국방 관련 사안이 아니고 단순히 신고만 대신해 준 것으로 생각하고 별도 조처나 보고 없이 19일 근무지인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며 “국방부는 사건 발생 이후 닷새 동안 최초 신고자가 무관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 특사단은 왜 덮으려 하나 사건의 피해자 격인 인도네시아 쪽의 대응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특사단이 경찰에 사건을 접수한 것은 사건 발생 13시간이 지난 뒤였다. 특사단은 이 시간 동안 국정원 쪽과 협상을 벌였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정원 쪽이 조용한 물밑 해결을 제안했고 특사단 쪽도 처음엔 이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침입자들의 구체적인 신원을 파악해달라는 특사단 요구를 국정원 쪽이 거부하자 경찰 신고로 이어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로 돌아간 특사단은 다시 사건을 덮으려 한 흔적이 엿보인다. 사건이 한국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미 인도네시아 야당 의원들도 문제를 제기한 상황에서, 특사단 대표 하타 라자사 경제조정장관은 22일치 현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명의 침입자는 사실은 방을 잘못 알고 들어온 호텔 손님들이었으며 특사단의 숙소에 일부러 들어온 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사건 발생 닷새 동안에 특사단과 국정원 사이에 모종의 협상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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