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지원과 정치는 별개” 적극의지
부정적 뜻 밝힌 한국 의식해 “조율중”
부정적 뜻 밝힌 한국 의식해 “조율중”
‘대북 식량지원’ 왜 꺼냈나
미국이 1일(현지시각)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서 이를 계기로 한 북-미 관계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밝힌 대북 식량 지원 관련 언급은 크게 2가지로, ‘인도적 식량 지원과 정치 문제는 별개’라는 것과 ‘식량 배분 투명성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전반적인 무게중심을 ‘식량 지원’에 두고 있다는 점이 미세하게 감지된다.
보즈워스 대표는 이날 “우리가 (식량 분배를) 신중히 모니터할 수 있을 때 식량을 지원하고, 그것이 아이들과 필요한 시설에 간다는 것을 우리가 안다면, 그것(식량 지원)은 해야 할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니터링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의 대화도 추진할 방침임을 밝혔는데, 북-미 양쪽이 식량 지원을 매개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내비쳤다. 현재 세계식량계획(WFP), 식량농업기구(FAO), 유엔아동기금(UNICEF) 소속 10명의 전문가들이 지난달부터 북한 식량 상황을 조사하고 있는데, 이 조사는 이달 15일께 끝날 예정이다.
미국이 이처럼 북한 식량 지원에 나서려는 이유는 심각한 북한 식량 사정에 따른 인도적 차원이기도 하지만, 최근 북한이 먼저 식량 지원을 요청하고 모니터를 받겠다고 하는 등 적극성을 띠고 있어 이를 기회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반대급부를 얻으려는 의도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대북 식량 지원에 부정적인 한국 정부에 대한 부담감을 내비쳤다. 청문회에 함께 참석한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식량 지원과 관련해 “아무런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한국 정부와도 긴밀한 조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캠벨 차관보도 ‘식량을 지원할 경우 대북 압력이 약화된다’는 지적에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의 어려움을 상관하지 않고 핵개발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며 “선택은 이(북한) 사람들을 굶어죽도록 하느냐 여부이며, 이는 정치적 담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북한과의 대화’를 놓고 행정부와 의회의 온도차도 노출됐다.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은 “적절한 때에 미국과 북한의 양자회담을 열 필요가 있다”며 ‘선 북-미 회담’을 제안했다. 케리 위원장은 “북한에 아무런 행동을 않는 ‘현상유지’는 북한에 핵무기를 개발할 시간을 줄 뿐”이라며 “북한과의 대화가 ‘나쁜 행동에 보상하는 것’이라는 정치적 논쟁을 뛰어넘어야 한다”며 적극적인 외교를 주문했다. 그러나 캠벨 차관보는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위한 의미있는 행동이 북-미 관계 정상화의 전제”라며 ‘선 남북대화’ 입장을 강조했다. 캠벨 차관보는 또 “남북간 직접 대화를 지지하며, 남북대화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중요한 첫번째 단계”라고 말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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