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표류주민 조사 ‘연평도 포격’ 이후 대폭 연장
한달씩 걸린 합동신문, 정부방침 변화 보여줘
한달씩 걸린 합동신문, 정부방침 변화 보여줘
정부가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이전까진 길어도 1주일에 그쳤던 북쪽 표류자에 대한 합동신문(합신) 기간을 한달여로 대폭 확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가 4일 발표한 ‘2004년 이후 남북한 선박·선원 송환 사례’를 보면, 정부는 지난해 11월23일 연평도 포격 이후 발생한 표류사건부터 한달여로 합신 기간을 늘렸다. 정부는 연평도 포격 이전인 9월20일 동해 울릉도 해상에서 발견된 북한 표류자 4명에 대해선 1주일 만인 같은 달 27일 합신을 모두 마치고 이 가운데 1명을 송환했다. 3명은 ‘귀순’을 택했다. 정부는 이에 앞서 2004년 이후 벌어진 표류사건 25건에 대해선 예외 없이 1~3일 만에 합신을 마치고 전부 또는 일부를 송환했다.
그러나 연평도 포격 직후 발생한 3건의 표류사건에 대해선 모두 한달여씩 합신이 진행됐다. 지난해 12월3일 서해 연평도 해상으로 표류해온 3명은 1개월 4일 만에, 12월25일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발견된 1명은 1개월 3일 만에 돌려보냈다. 지난달 5일 표류해온 31명에 대해서도 정부는 27일 만인 지난 3일에야 합신을 마치고, ‘귀순’을 원한 4명을 뺀 27명만 송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왜 지난해 12월부터 합신 기간이 늘었느냐”는 질문에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지 않았느냐”고 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북한은 늘 우리 선원을 한달씩 잡아두는데, 우리라고 일찍 돌려보낼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남쪽도 북쪽과 똑같은 태도로 표류자를 다루겠다는 ‘대북 상호주의’가 합신 기간 연장으로 나타난 것이다. 북한은 2004년 이후 발생한 4건의 남쪽 주민 표류 사건 중 5일 만에 돌려보낸 1건을 빼곤 모두 한달 가까이 조사한 뒤 송환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방침은 ‘군사행동에 대한 맞대응’과 ‘민간인 표류자에 대한 처우’라는 서로 다른 차원의 조처를 뒤섞은 처사이자, 민간인 난민에 대해 사실상의 억류 연장을 실시한 비인도적 조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보혁 이화여대 평화연구소 연구교수는 “헌법상 우리 국민인 북한 주민을 정부가 보호하는 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 표류자 본인의 인권을 중심에 놓고 보면 빨리 의사를 확인해서 선택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31명에 대한 합신이 길어진 이유를 묻는 국회 질의에 “다른 때보다 숫자가 많아서”라고 답한 것을 두고는 정부의 방침 변화를 감춘 ‘거짓 해명’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부는 북한 주민 27명을 이날 판문점을 통해 송환하겠다고 북쪽에 통보했으나, 북한은 “31명 전원을 돌려보내야 한다”는 조선적십자회 대변인 담화를 반복하며 부분 송환에 응하지 않았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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