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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남북청년학생선언 “통일이 우리의 살 길”

등록 2011-04-03 00:36수정 2011-04-04 14:33

경기도(도지사 김문수)가 2일 오후 파주 영어마을에서 개최한 ‘남북청년 소통 캠프’에서 참석자들이 통일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경기도(도지사 김문수)가 2일 오후 파주 영어마을에서 개최한 ‘남북청년 소통 캠프’에서 참석자들이 통일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현장] 경기도 주최, ‘남북청년 소통캠프’ 통일 토론회
‘천안함·인도적 대북지원·통일 필요성’ 놓고 열띤 토론
“천안함을 실제로 보니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남한 대학생)
“천안함은 남북 분단이 빚은 참상이다. 분단 현실을 끝장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새터민 대학생)

남한 대학생과 새터민 대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통일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2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영어마을에서 열린 경기도 대학생기자단 ‘남북청년 소통캠프’는 ‘남북청년학생회담’을 방불케 했다. 이 캠프는 경기도(도지사 김문수)가 3기 대학생 기자단을 출범시키면서 남북한 대학생들이 허심탄회한 토론을 통해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높여보자는 취지로 마련했다.

이런 취지에 맞게 남북 젊은이들은 연애 문제와 성형수술, 학교생활 등 개인적인 궁금증을 서로 캐물었고, 천안함 사건, 인도적 대북지원, 통일의 필요성 등에 대해서도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에는 김문수 도지사와 대학생기자단 65명, 새터민 학생 14명이 참여했다.

# 새터민 “예쁜 남한 사람들이 성형은 왜 하나”
# 남한 학생 “북한에선 데이트 비용 누가 내나”

토론 초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새터민 학생들은 “남한 남자들이 화장하는 것을 보고 다 변태인 줄 알았다”거나 “남한 친구들은 얼굴이 다 예쁜데 왜 성형수술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던져 폭소가 터졌다. 이에 남한 학생들은 “외모가 사람에 대한 평가나 취직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남한 학생들은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차이는 무엇이냐”, “북한에서도 연애할 때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더 많이 내느냐”, “북한 학생들도 술을 많이 먹느냐”는 등의 사생활을 캐물었다. 이에 새터민 박민수(가명)씨가 “북한에서도 대체로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내지만, 더 사랑하는 사람이 내는 것이 정답”이라고 재치 있게 화답했다. 또 박씨는 “술 백 톤을 마시지 못하고 졸업을 하면 대학생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북한 학생들도 술을 즐긴다”며 “30도가 넘는 독한 소주를 마시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 “천안함은 북한 소행 확실”↔ “솔직히 단정할 수 없어”

토론회에 앞서 천안함을 견학한 학생들은 ‘천안함 사건’을 놓고 시각이 엇갈렸다. 먼저 이종경(중앙대 경제학과 2학년)씨가 “천안함의 진실을 놓고 여러 말이 많아 확신을 가질 수 없었는데, 견학을 하고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며 “안보의식을 더 갖춰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새터민 김정희(가명·탈북 9년)씨는 “(북한 소행이라고) 솔직히 아직 단정을 지을 수 없다”며 “천안함은 남북 분단이 빚어낸 처참한 사건이니만큼 분단현실을 끝장내기 위해 좀 더 노력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김씨는 “전문가들이 보다 진지하게 설득할 근거나 자료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며 “통일이 되고 나서 진실과 잘잘못을 가리면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새내기 새터민 정미영(가명·탈북 6개월)는 “천안함 사건에 물음표를 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며 “연평도 사건을 보면서도, 같은 국민이 당하는 것을 보면서 북한 소행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정당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 인도적 대북지원에도 의견 엇갈려

학생들은 인도적 대북지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열띤 공방을 벌였다. 특히, 정씨는 자신이 북한 상점에서 경험한 쇠고기 배급 경험을 소개하면서 “유엔 사찰단이 보고 있을 때는 5kg을 주더니, 사찰단이 가고 나니 다시 빼앗아 500g만 나눠 주더라”며 “햇볕정책으로 보내준 쌀과 의약품이 군대로 들어가 모두 핵무기가 되어 우리를 겨누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박씨는 “북한에서 먹을 것이 부족해 군인도 영양실조에 걸리고, 굶어 죽는 일이 허다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핵무기 개발을 우려해) 군대로 식량이 들어간다고 인도적 지원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남한에 10년 사는 동안 혈육이 굶어 죽어나가는 현실을 한시도 잊어 본 적이 없다”며 “대북지원은 계속 하되, 달라는 대로 주고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중재안을 내놨다. 김씨는 “솔직히 북한 주민들의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는 것을 봐야 마음이 놓이겠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죽 끓여주기 운동을 벌였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경기도(도지사 김문수)가 2일 오후 파주 영어마을에서 개최한 ‘남북청년 소통 캠프’에서 참석자들이 사회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경기도(도지사 김문수)가 2일 오후 파주 영어마을에서 개최한 ‘남북청년 소통 캠프’에서 참석자들이 사회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 통일의 필요성, 경제적 효과 놓고도 갑론을박

통일에 대해서도 남북 학생들은 상반된 기대와 우려를 표했다. 김한나(외국어대 정보통신학과 3년)씨는 “새터민 언니, 오빠와 새벽까지 수다를 떨면서 우리는 한 뿌리구나 하는 진한 감동을 느꼈다”며 “이산가족 세대까지 사라지면 통일은 영원히 힘들고, 다른 나라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 학생은 “민족적 디엔에이(DNA)라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면이 있고, 우리는 이산가족의 감정을 가진 세대도 아니다”며 “남과 북이 각각 독립된 국가가 되고, 서로 오갈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일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반대쪽 학생들은 “2040년까지 통일 분담금 2천500조 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국민의 세금 부담이 너무 커진다”며 “독일도 통일 뒤 10여 년간 상당한 암흑기였는데 우리나라에선 독일보다 더 심한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반면, 새터민 윤영희(가명)씨는 “지금 남한에 온 새터민이 2만여 명이 넘는데 이들이 일해 번 돈을 북한에 있는 가족에 송금하고 있다”며 “남한의 3디(3D) 업종에는 일할 사람이 없어 이주 노동자가 담당하고 있는데, 통일이 되면 북한 사람들이 부족한 인력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상진(상명대 법학과 4년)씨도 “통일은 경제적 분야엔 굉장히 쓴 약”이라며 “단기적으로 감당하기에 굉장히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 노동력을 들일 수 있고 외국기업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김문수 지사 “새터민을 통일 전문가로 키워야”

토론을 지켜보던 김문수 도지사는 “통일은 경제적, 군사적으로만 볼 수 없다. 민족사적 세계사적 과제”라며 “우리 땅이 철조망에 막혀 섬처럼 해양국처럼 되어 버렸는데, 통일이 되면 해양국가가 대륙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지사는 “통일은 경제적으로도 거대한 이익과 기회를 주는데, 우리 젊은이들이 50년 동안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무더기로 쏟아진다”며 “새터민들은 통일전문가로 키워 이들 이야기를 잘 듣고 배워 우리가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북한 청년들은 토론회를 마치면서 “남과 북은 5천 년 역사에 빛나는 한 민족이며, 통일 강대국만이 우리의 살 길”이라는 ‘남북청년 통일선언문’을 발표했다. 파주/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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