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당한 ‘한반도 해결사’
28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일행은 잇따라 정부 당국자를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카터 전 대통령 등은 서울의 한 호텔에 여장을 풀자마자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비공개 회동을 한 데 이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만났고,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주재하는 만찬에도 참석했다. 또 따로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등 짧은 서울 체류 일정을 쪼개는 열의를 보였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현 장관과의 면담에서 “우리 팀은 두 가지 목적을 갖고 (북한에) 갔다. 하나는 정치군사적 목적이고 또 하나는 인도주의적 목적”이라며 적극성을 보였다. 현 장관은 “북한에 가서 보고 들으시고 느끼셨던 것들에 대해 좋은 얘기가 있을 것 같다”며 “오늘 자리가 매우 소중한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이런 환대 분위기와는 달리, 정부 쪽이 카터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귀기울이는 것 같지는 않다.
실제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부에서 전직 대통령의 의전이나 카터 전 대통령의 메시지, 방북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는데 이 대통령이 만나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반응은 카터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지 못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카터 전 대통령이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회의 상임위원장과 박의춘 외무상 등 주요 인사를 만났지만, 주목할 만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카터 전 대통령은 방북 중인 27일 ‘디 엘더스’의 웹사이트에 글을 올려 “북한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길 원하며 미국, 남한과 조건없이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문제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안보 보장을 받지 않는 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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