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동행 확인안돼…특별열차로 이동
중 동북부 개발 중심도시 창춘 방문 예상
중 동북부 개발 중심도시 창춘 방문 예상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특별열차가 20일 아침 7시께 두만강변의 북-중 국경도시인 투먼을 통해 중국에 들어갔다.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김정일 위원장의 이번 방문에 동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정부 당국자들은 김 위원장 단독 방중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위원장 방중은 김정은 부위원장이 후계자로서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해 올 상반기 중 단독 방중할 것이라는 그동안의 여러 관측을 뒤집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김정은을 데려가지 않고 단독 방중한 것이라는 정황이 일부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항공편이 아닌 김 위원장 전용 특별열차가 운행된 점, 김 위원장 숙소의 공식 수행원 명단에 ‘김정은’이라는 이름이 빠진 점 등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단독 방중이 사실이라면, 최근 건강 호전에 따라 후계체제로의 권력 이양 속도조절에 나섰기 때문일 수 있다는 관측도 일부에선 나온다. 그러나 김정은 부위원장의 단독 방중에 앞서 중국과의 협력 기반을 직접 다지기 위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건강을 회복한 김 위원장이 직접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방중한 것으로 보인다”며 “핵문제와 남북관계에서도 김 위원장이 비핵화 남북회담 참가 등 모종의 조처를 중국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다져놓은 성과 위에서 올 하반기나 내년 초 단독 방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 방중은 1983년 6월 후계자 자격으로 처음 베이징을 밟은 이후 이번이 8번째다. 가장 최근엔 지난해 8월26~30일 중국을 방문했으며, 이번 방문은 9개월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당시엔 지린성 쪽으로 중국에 들어선 뒤 투먼을 거쳐 귀국했다. 이번엔 당시와 반대의 경로로 중국에 들어선 점에 비춰, 특히 ‘창(춘)-지(린)-투(먼) 개발계획’과 연계한 북-중 경협 문제를 깊이있게 협의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는 북쪽으로 이동해 이날 오전 헤이룽장성 무단장에 도착했으며, 북한 지도부 일행은 무단장 베이산공원의 항일 유적지를 참배했다. 일행은 오후 1시께 무단장 홀리데이인 호텔에 들어간 뒤 밤 9시10분께 무단장역을 떠났다. 일행은 헤이룽장성의 중심도시 하얼빈을 거쳐 중국 동북부 개발의 중심도시인 지린성 창춘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원제 황준범 기자,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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