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01년 캠프캐럴 군무원 출신 구자영씨 증언
“깊이 9m 테니스장 크기 구덩이 2곳에 묻어”
“2001년 떠날때까지 그대로…지금도 있을 것”
“전 주한미군 ‘78년 매몰’ 증언도 직접 목격”
“깊이 9m 테니스장 크기 구덩이 2곳에 묻어”
“2001년 떠날때까지 그대로…지금도 있을 것”
“전 주한미군 ‘78년 매몰’ 증언도 직접 목격”
고엽제 매립 의혹이 제기된 경북 칠곡군 왜관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지금까지 알려진 1978년 이전인 1972년에도 두 곳에 대량의 화학물질을 묻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1968년부터 2001년까지 캠프 캐럴에서 군무원으로 근무한 뒤 미국 버지니아에 정착해 살고 있는 구자영(72)씨는 26일(현지시각)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구씨는 또 캠프 캐럴 헬기장 부근에서 지난 1978년 매몰 상황과 이듬해인 1979년 반출 작업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불도저 운전병으로 자신이 직접 매몰 작업에 참여한 지난 1972년의 매몰 작업과 관련해 그는 “미국 군무원 상관의 지시를 받아 2~3일동안 캠프 캐럴 내 비오큐(BOQ·독신장교 숙소) 인근 공터와 소방서 앞 지역에 각각 깊이 30피트(약 9m) 정도로 테니스장 크기의 구덩이를 각각 팠으며, 그 2곳의 구덩이에 각각 드럼통 30~40개, 종이박스에 있던 2~3갤런짜리 캔 20~30개, 병 20~30개 정도를 파묻었다”고 말했다. 그는 묻은 물질에 대해 “내용물이 뭔지 정확히 모르지만, 코를 찌르는 독한 냄새가 났다”며 “당시 한국인 군무원들 사이에서 ‘베트남에서 쓰다 남은 독극물’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구덩이에 화학물질을 다 집어넣은 뒤, 이를 불도저로 편평하게 고르다가 갑자기 ‘뻥’ 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아 불도저에서 뛰어내려 뒤로 막 도망갔다”며 “깨진 유리병에서 흘러나온 화학물질에 스파크로 인한 불똥이 튀면서 폭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불구덩이에서 빠져나와 그 자리에서 쓰러진 구씨는 “깨어나니 병원이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이때 매립된 물질은 2001년 캠프 캐럴을 떠날 때까지 그대로 묻혀 있었고, 지난 2009년에 그곳에 들러 옛 동료들을 만났는데, 그때도 파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며 “지금도 그대로 묻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씨는 또 퇴역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가 지목한 지난 1978년 헬기장 근처에서 진행된 고엽제 매몰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그곳은 44공병대대가 직접 작업했는데, 아주 대규모로 (구덩이를) 만들었다”며 “당시에는 ‘고엽제’라는 말도 모를 때였지만, 그때도 독극물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1979년 오염 물질과 토양을 모두 파내 수거한 작업에 대해서도 기억했다. 그는 “수거작업을 꽤 오랫동안 했다. 1~2개월 정도 한 것 같다”며 “당시 미군들이 수거작업을 한 중장비를 크레인에 달아 소방차에서 물을 뿜어 세척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캠프 캐럴에서 1970년대 중반부터 우물을 10개 파서 식수로 지하수를 사용했다며, 수질검사를 1주에 한 번씩 하는데, 80년대 후반에 잠시 문제가 생겨 식수 사용을 중단했다가 다시 재개했다고 말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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