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731부대, 중국에 화학무기 50만t 매립
2차세계대전뒤 미·독, 군기지 오염정화 나서
2차세계대전뒤 미·독, 군기지 오염정화 나서
주한 미군기지에 화학물질을 매립했다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군기지 환경오염 문제가 우리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군기지 환경오염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안보와 생존논리가 모든 가치를 압도했던 2차 세계대전과 냉전시대에 대부분 나라에서 환경 문제는 뒷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선진국들은 1990년대부터 치유와 복원 작업에 나서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 일본, 중국에 매립한 화학무기 ‘골치’ 중국에서는 인간 살상용으로 개발되어 독성이 강한 화학무기의 폐기가 큰 이슈다. 과거 중국에 731부대를 주둔시키며 이른바 ‘마루타’를 대상으로 각종 생체 실험을 진행한 일본은 많은 양의 화학무기를 제조하기도 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량을 중국 현지에 묻었다.
그 규모는 무려 50만t에 달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그 실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땅을 갈던 농민들이 화학무기가 담긴 철제용기를 발견하고 이를 건드렸다가 화학무기에 노출돼 이상증세를 보이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용기에 있는 표지 등을 들어 일본 정부에 책임을 물었지만 일본은 줄곧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왔다. 화학무기금지협약 발효를 앞둔 1993년에야 일본 정부는 책임을 인정했고, 두 나라 정부는 이후 10년 이상 협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일본 정부가 돈을 대 하얼빈 인근 등에 화학무기 폐기와 오염 복구를 위한 대규모 공장이 만들어졌다.
유엔 산하 화학무기금지기구 기술사무국 요원의 일원으로 현장을 방문했던 양임석 환경위해성평가연구원장은 “공장 인원의 90%를 중국인으로 하고 이들에게 일본인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라는 등 중국 쪽 요구가 많았지만 일본으로서는 워낙에 할 말이 없고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사안이라 끌려다니기만 했다”고 말했다.
■ 미·독 등 1990년대부터 복원작업 진행 선진국에서는 냉전이 끝난 1990년대부터 군기지 오염 복원 논의가 이뤄졌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 군기지 1만4000여곳의 오염실태 전수조사를 진행한 것도 이때다. 당시 미 정부는 1000여개 기지를 ‘시급한 복원이 필요한 곳’으로 정하고 1000여곳부터 순차적인 복원작업에 나섰고, 현재는 80% 이상에서 복원작업이 완료됐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군사대국이자 우리나라처럼 분단국으로 냉전의 최전방에 위치했던 독일에서도 1990년 통일과 함께 군기지 오염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으로 화약공장이 폭발하며 주변지역 수백만평이 오염된 독일 중부 히르슈하겐, 옛소련 케이지비(KGB)와 동독군 사령부가 위치해 있던 포츠담 등에서 복원작업이 진행중이다. 2009년 히르슈하겐 복원 현장을 찾았던 한광용 박사(녹색연합 자문위원)는 “이 한 지역 복원에만 1억유로(약 155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이외에 체코, 헝가리 등에서도 현재 군기지 오염 정화 사업이 진행중이며, 2차 세계대전 직후 화학무기 상당량이 폐기된 것으로 알려진 발트해에서 기형 물고기 등 오염 징후가 계속돼 국제 사회의 관심이 높다.
이순혁 이승준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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