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3부자’ 사격표적지
언론에 보도되자 북 ‘발끈’
언론에 보도되자 북 ‘발끈’
북한이 1일 ‘남한 정부와의 대화 단절’을 선언한 데에는 ‘김정일 부자 영점사격지’ 사건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양주의 6포병여단은 5월 말 예비군 훈련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 사진이 실린 영점사격용 표적지를 사용했다. 표적지 윗부분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아랫부분에는 더 큰 크기의 김정은 사진이 인쇄돼 있었다. 인천 17사단도 예비군 훈련장에 김정일 위원장과 김정은의 머리 위로 총구가 겨눠진 사진과 ‘김 부자의 목을 따서 3대 세습 종결짓자’는 문구를 담은 펼침막을 내걸었다.
이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북한은 지난 30일 국방위원회 성명을 내어 “괴뢰 군부 호전광들은 지난 5월23일부터 경기도 양주, 인천시의 화약내 풍기는 사격장에 숱한 괴뢰군을 내몰아 총포탄을 마구 쏘아대는 광기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해당 부대장 재량으로 그런 영점사격지를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31일에는 “영점 간격이 규격과 달라 가급적 표준 표적지를 사용하라는 지침을 일선 부대에 내렸다”고 밝혔다.
일선 부대들이 극우단체들이나 할 법한 행동에 나선 것은 지난해 일어난 천안함·연평도 사건 때문으로 보인다. ‘두 차례나 북한에 당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설욕을 다짐한다는 게 실제 전투력 향상과는 무관한 과잉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대북 강경 일변도 정권 아래서) 지휘관들이 과잉충성하느라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사실 올해 초에도 ‘김정일 부자 사격지’ 보도는 있었는데 그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제 와서 북한이 트집거리로 이용하고 있다는 반박이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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