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파탄 난 남북관계, 왜
남북 ‘화해’ 기조 허물어
인도적 지원까지 끊고서
물밑으론 정상회담 접촉
진정성 없는 행동 반복
남북 ‘화해’ 기조 허물어
인도적 지원까지 끊고서
물밑으론 정상회담 접촉
진정성 없는 행동 반복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북한의 ‘남북 비밀접촉’ 폭로와 관련해 “비공개 접촉은 사실”이라며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분명한 시인, 사과,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 이번 접촉의 핵심 내용”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전날 남쪽이 비밀접촉에서 3차례 정상회담 일정을 제시하면서 “제발 딱한 사정을 들어달라고 구걸했다”고 한 데 대한 반박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북한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정부의 대응은 국내 정치적 명분을 얻기 위해 북한에 공을 넘기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북한이 대화록 등 물증을 추가로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며 “언제, 어떻게, 무슨 내용으로 접촉을 했는지를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힌 뒤 당당하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럴 조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현인택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북한이 있을 수 없는 이런 행태를 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된 국가로 대접받겠느냐”고 북한을 거듭 비판했다.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5월9일)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개선해 보려고 했던 시도가 성과를 내기는커녕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일차적인 원인은 당국간 비밀접촉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북한의 비외교적 행동에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북한에 대한 무지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남북관계 재조정을 명분으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약속 이행을 외면하고는 ‘비핵·개방·3000’이라는 비현실적인 정책을 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기다리는 것도 때로는 전략”이라며 대북 압박정책을 사실상 주도했다.
또 말은 원칙을 지킨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상황에 따라 대북정책에서 오락가락했다. 2009년 하반기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접촉을 하다가 이듬해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 5·24 조처로 대북 인도적 지원까지 막은 것이나, 취임 첫해 국회에서 남북대화를 제의한 날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이 발생하자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킨 것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베를린에서 이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내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남북통일은 언젠가 올 것이다. 머지않았다”(동포간담회), “(북한도) 재스민혁명 같은 움직임을 거역할 수 없다”(현지 언론 인터뷰)며 북을 자극하는 등 말과 행동이 다른 것도 북한의 반발을 부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신뢰를 쌓는 조처 없이 불쑥 만나서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이나, 민간 접촉에서나 있을 법한 돈봉투가 당국간 접촉에서 내밀어졌다는 것 등 지극히 아마추어적인 행동도 이번 ‘참사’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2000년 6월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김대중 정부가 대규모 비료 지원과 민간교류 확대 등 사전에 많은 공을 들였던 것과 비교된다. 외교안보팀의 전직 고위인사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저쪽이 사과할 것이라고 판단해서 그것을 전제로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건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대북 인도적 지원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조처를 먼저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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