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정상항로 민항기에 총격
“매뉴얼대로 했을 뿐” 해명
“매뉴얼대로 했을 뿐” 해명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해병대 초병들이 민항기를 북한 공군기로 오인해 총격을 가하는 일이 일어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군은 “초병 실수에 따른 해프닝이고 오인사격이 아닌 경고사격”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정상적으로 운항 중이던 민항기에 총격이 가해졌다는 사실은 워낙 충격적이라 외신에도 보도될 만큼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병대는 “17일 새벽 4시께 교동도 남쪽 해안에서 해병 2사단 소속 초병들이 남쪽 주문도 상공을 비행하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를 북한 공군기로 오인해 K-2 소총으로 공포탄 2발과 실탄 97발을 발사했다”고 19일 밝혔다. 당시 항공기는 중국 청두에서 인천공항을 향해 운항 중이었으며, 초소로부터 13㎞가량 떨어진 위치에서 해발 5000피트(1500미터가량) 상공을 날고 있어 실제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해당 여객기에는 승객과 승무원 등 119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초소와 거리가 멀어 총격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해병대 관계자는 “새벽인데다 해무(바다안개)까지 껴 대공 감시초소의 초병들이 민항기를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는 미확인 비행물체로 판단한 것 같다”며 “비행기를 향해 총을 쏜 게 아니라 비행기 진행 방향 7~8㎞ 전방에 경고사격을 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병대 초병이 멀리 날고 있는 큰 민항기를 가까이 날고 있는 북 공군기로 오인하고 경고사격을 했을 뿐이란 얘기다.
하지만 정상 항로를 운항중인 민항기를 어떻게 북한 공군기로 오인할 수 있는지를 두고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또 김관진 국방장관이 전방을 찾아 ‘선조치 후보고’를 강조하는 등 과감한 대응을 주문한 게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오인이지만, 그 시각, 그런 상황에서는 (초병들이) 그렇게 판단했을 수도 있다”며 “원래 매뉴얼대로 행동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초병들은 실탄 발사 직후 새벽 4시5분께 부대 지휘통제실로 상황을 보고했으며, 이는 해병 2사단과 수도군단, 3군사령부를 거쳐 합참에 보고됐다. 군은 보고 직후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를 통해 해당 항공기가 민간항공기라는 사실을 파악했으며, 아시아나항공 쪽에도 관련 사실을 설명하고 피해 여부를 문의하는 등 새벽 5시 이전에 모든 상황이 종료됐다.
해병대 관계자는 “지난해 천안함, 연평도 사태 이후 경계태세가 강화된 데다 북한군의 추가 도발까지 우려되고, 당일 연무까지 끼는 바람에 일어난 돌발상황”이라며 “초병들에게 민간항공기 항로를 주지시키고, 적기와 민항기 구별법을 정확히 설명하는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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