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호 특파원
현장에서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을 환영한다고 했고, 반 총장도 의사를 내비쳤다.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에 유엔을 통한 방법도 가능한가?”
“(남북관계의) 원칙은 (남북한) 양 당사자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남북간에 먼저 해야 한다. 남북이 맘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는 것이다.”
반 총장의 연임을 축하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 온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각) 뉴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반 총장의 방북과 관련한 물음에 남북관계의 ‘원칙’을 강조했다. 반 총장의 방북에 대해서도 “어떤 상태에서 어떻게 가시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해 썩 반기지 않는 듯한 인상을 내비쳤다.
김 장관의 원칙론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북의 대타협으로 일시에 해결할 수도 없고,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남한이 단독으로 다 떠안을 수도 없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또 ‘남북관계 당사자 원칙론’ 강조는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가져가 국제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려 했던 정부 기조와도 어긋난다. ‘남북 당사자 우선론’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한국이 중국에 북한을 설득해 달라는 것이나 한-미 동맹 강화를 통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 억지까지, 북한이 시비를 걸며 논리적 역공을 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6월 ‘남북대화→북-미 대화→6자회담’ 수순을 제안했다. 그러나 성과는 없다. 그 책임의 상당부분이 북한에 있다손 치더라도, 3단계의 첫 단추가 어긋난 상태에서 계속 원칙론만 강조하는 건 남북관계 개선보다 국내정치적 이해득실을 더 중히 여기는 태도로 비친다.
분쟁·갈등 지역에 대한 개입과 조정을 통해 이를 해결해 나가려는 것은 유엔의 설립 취지에 잘 들어맞는다. 반 총장이 코트디부아르 문제를 해결했듯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것을 월권이라 할 수 없다. 유엔 사무총장이란 자리가 문제가 다 해결된 뒤 붉은 양탄자 위를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뉴욕/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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