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셔먼 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 시절 대북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을 이끌었던 웬디 셔먼(사진) 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이 국무부에 ‘컴백’했다. ‘전략적 인내’로 대표되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이 주목된다.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를 국무부 정무차관에 지명했다고 지난 1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셔먼은 1999~2001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을 역임하면서 대북 유화책을 주도했던 인물. 특히 클린턴 행정부 후반기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위기가 고조되자, 매들린 올브라이트 장관 방북과 미사일 합의를 전제로 한 북-미 수교를 추진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의 강력한 지지자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정무차관은 국무부에서 서열 3위의 직책인데다, 그가 힐러리 클린턴 장관의 최측근이란 점에서 아시아태평양 정책 전반의 변화가 예상된다. 셔먼과 친밀한 사이이면서 함께 클린턴 국무장관 취임준비팀을 이끌었던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 무게중심을 중동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아프간 철군 등 중동 분쟁 출구를 모색하는 시점에서 나온 셔먼 기용은 이런 맥락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내년 대선을 앞둔 오바마 행정부엔 적절한 수준에서 북한의 행동을 제어할 한반도 상황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북핵 대화의 이원화를 강조하는 것도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 움직임을 감지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클린턴 행정부 말기, 당시 대선에서 승리한 조지 부시 선거캠프는 셔먼을 대외정책 전문가 중 기피인물의 하나로 간주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보수파들은 “북한에 대한 최악의 유화정책을 편 인물 중 하나”라고 이번 발표 전부터 그를 비판했다.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도 2일 그가 상원 인준 과정에서 공화당 보수파들로부터 상당한 공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국무부에서 중동·유럽 문제는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의 후임으로 승진·기용된 ‘중동통’ 빌 번스 전 정무차관이 주로 맡고, 대북정책 등 아시아 정책은 셔먼 정무차관 내정자가 주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무부의 한반도 라인은 셔먼 밑에 커트 캠벨 동아태담당 차관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클리퍼드 하트 6자회담 특사로 짜이게 된다. 셔먼 차관 내정자의 등장은 그동안 한-미 공조와 대북 제재 방침을 강조하면서 미 국무부의 대북정책을 주도해온 캠벨 차관보의 영향력에도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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