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병 말리던 정 이병
“다 죽이고 탈영” 역제의
실제 범행땐 실행 안해
“다 죽이고 탈영” 역제의
실제 범행땐 실행 안해
해병대 총기사건은 김아무개(19) 상병과 정아무개(20) 이병이 공모했지만, 정 이병은 총기 탈취나 총격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 상병은 범행 경위와 관련해 “‘기수열외’(왕따)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곧 당할 것 같아 그렇게 했다”며 “처음엔 모든 소초원들을 다 죽이고 탈영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권영재 해병2사단 총기사고 수사본부장(해군 대령)은 7일 브리핑에서 “김 상병과 정 이병은 6월 초 함께 근무를 서면서 ‘힘들다. 사고 치고 도망가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진술했다”며 “이후 별다른 일이 없다가 사건 당일 오전에 실질적인 모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김 상병은 사고 당일 아침 7시께 식당에서 ○○○ 일병이 선임병들과 웃으며 대화하는 것을 보고 소외됐다는 생각에 범행을 결심했으며, 소주 1병을 마신 뒤 정 이병을 창고로 불러내 ‘○○○ 일병을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 이병은 김 상병을 말리다가 ‘소초원들을 다 죽이고 탈영하자’고 역제의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 일병이 김 상병과 달리 선임자들로부터 칭찬을 많이 받았고, 한 살 더 많은 ○○○ 일병이 선배 대접을 해주지 않아 미워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범행이 진행되자 정 이병은 주저했다. 김 상병은 상황실에서 탈취한 수류탄을 정 이병에게 건넸지만, 정 이병은 겁을 먹고 되레 김 상병의 총격 사실을 고가초소 병사들에게 알렸고, 수류탄을 창고에 숨겼다. 김 상병은 정 이병이 이런 사실을 털어놓자 함께 창고로 가 “같이 죽자”며 수류탄을 터뜨렸으나 정 이병은 자리를 피해 무사할 수 있었다.
국방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이런 내용을 보고했다. 국방부는 “군 기강 확립과 함께 병영 스트레스 해소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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