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칸 박사 주장 보도
98년 북 공문서도 공개
98년 북 공문서도 공개
북한이 1998년 파키스탄으로부터 핵기술을 얻기 위해 파키스탄군 수뇌부에 현금 350만달러(32억원)와 보석 등 뇌물을 건넸다고 파키스탄의 핵기술 전문가인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칸 박사가 이런 주장을 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1998년 북한이 자신에게 보낸 공문을 함께 공개했다고 7일 보도했다. 전병호 조선노동당 비서의 서명이 담긴 1998년 7월15일치 서한에는 전 비서가 당시 파키스탄 주재 북한대사관의 강태윤 참사로부터 “300만달러가 제항기르 카라마트 파키스탄 (당시) 참모총장에게 전달됐고, 50만달러의 현금과 다이아몬드 및 루비 3세트가 줄피카르 칸 (당시) 중장에게 전달됐다”는 말을 들은 것으로 돼있다. 전 비서는 칸 박사에게 ‘돈 전달’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이 파키스탄에 미사일 부품을 보내면 그 비행기가 돌아올 때 핵무기 개발 관련 문서와 부품 등을 실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이 문서의 진위는 완전히 확인되진 않았지만, 미 행정부는 상당한 신빙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파키스탄은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 몰래 북한에 원심분리기 등 우라늄 농축설비를 수출하면서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넘겨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파키스탄 정부는 2004년 원심분리기 관련 기술을 북한에 제공했음을 시인했다.
지난해 북한을 방문해 우라늄 농축시설을 확인한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도 “북한의 시설이 칸 박사가 유럽에서 불법적으로 들여온 피투(P2) 기종과 비슷하다”고 밝힌 바 있다. 칸 박사는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핵을 북한, 리비아, 이란 등에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뒷돈을 챙긴 혐의로 2004년 체포돼 가택 연금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서한과 칸 박사의 서면진술은 워싱턴 극동정책연구소의 사이먼 헨더슨 연구원이 2004년 이후 칸 박사로부터 확보해 이번에 <워싱턴포스트>에 제공한 것이다. 헨더슨 연구원은 “그동안 북한과 파키스탄의 핵 거래는 칸 박사가 개인 차원에서 진행한 것처럼 인식돼왔다”며 “그러나 이 서한은 북한과의 핵거래에 파키스탄 고위관리들이 광범위하게 개입한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뇌물을 받은 주체로 지목된 카라마트 전 참모총장과 칸 전 중장 모두 칸 박사가 책임 회피를 위해 꾸민 일이라며 뇌물수수 사실을 부인했다. 신문은 북한 쪽이 이 서한에 대한 논평 요구에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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