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뉴욕 방문
“북-미 관계 좋아질 것”…질문공세에 적극 답변
미국, 2007년 회담때와 달리 ‘특별대우’ 안해
“북-미 관계 좋아질 것”…질문공세에 적극 답변
미국, 2007년 회담때와 달리 ‘특별대우’ 안해
1년7개월여 만에 열리는 북-미 회담을 위해, 개인적으론 2007년 이후 4년4개월 만에 26일(현지시각) 미국을 방문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무척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3시30분께 뉴욕 존에프케네디 공항 탑승객 출구에 모습을 드러낸 김 부상은 한국과 일본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선선히 답을 해줬다. 일정과 만날 인사 등 자세한 물음에는 “28일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 말고는 “뉴욕에 언제까지 머물지는 회담을 진행해봐야 알 수 있다” “이 사람들(미국) 만나자고 하는 사람 만나야지”라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미 관계나 6자회담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낙관한다”고 분명하게 답해 언론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100명 가까운 기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사진을 찍고 길을 막아서는 것도 그다지 꺼리지 않았다. 질문을 잘 알아듣지 못했을 때는 “뭐요?” 하며 되묻는 적극성을 보였고, “어디에 묵느냐”는 민감한 물음에도 “유엔 플라자(밀레니엄호텔)”라며 숨기지 않았다. 김 부상이 취재진에 막혀 꼼짝 못하게 되자, 마중 나온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기자 숲을 헤치며 길을 텄다.
김 부상을 맞는 미국의 태도는 2007년 때와 많이 달랐다. 당시 미 국무부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김 부상이 타고 온 비행기와 승용차를 공항 계류장에서 바로 연결해 취재진과 마주치지 않고 공항에서 나가도록 했다. 일본 취재진이 오토바이를 동원해 따라붙으려 하자 경찰이 이들의 고속도로 진입을 막았고, 국무부는 리무진 2대와 국무부 경호대, 경찰 호송차 등을 제공해 장관급 이상의 최고의 의전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런 ‘특별대우’는 전혀 없었다. 김 부상은 짐을 들고 일반 탑승객 출구로 나와 기자들 앞에 섰다. 아수라장이 된 상황을 통제하는 사람은 공항 경비원 2~3명이었고, 이들은 김 부상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김 부상을 맞으러 나온 차량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량 한 대였다.
이런 미국의 ‘홀대 아닌 홀대’는 나름의 계산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당시는 2·13 북핵 합의 직후로, 북-미 관계 개선 기대감이 최고조로 높아져 있었을 때였고, 이에 따라 사소한 실수 하나하나에도 매우 민감할 때였다.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도록 만든 것은 예우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번에 미국이 김 부상의 언론 노출을 방관하고 김 부상도 회담 전에 북한 쪽 입장을 언론에 분명히 밝힌 것은, 이번 회담이 합의보다는 각자의 입장을 강조하고 서로 확인하는 데 더 주안점을 두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이번 북한대표단은 김 부상을 포함해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과 북한 쪽 6자회담 차석대표인 최선희 부국장 등 모두 6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뉴욕/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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