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회담 일정 마쳐
“분위기 좋았다” “건설적”
양쪽 대표들 화기애애
주말 남-북 만날 가능성
“분위기 좋았다” “건설적”
양쪽 대표들 화기애애
주말 남-북 만날 가능성
1년7개월여만에 열린 북한과 미국의 고위급 회담이 29일(현지시각) 이틀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양쪽은 이번 북-미 회담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회담에 대해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등 적극성을 보여, 이번 회담이 향후 북핵 6자회담과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등 북-미 대표단 20여명은 28일(현지시각) 첫날 회담이 끝난 뒤, 뉴욕 시내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등 회의장 바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김 부상은 저녁식사 뒤 기자들에게 6자회담 재개와 북-미 협의의 진전에 대해 “현실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부상은 이날 오전 회담이 끝난 뒤에도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해 기대감을 표현했다.
보즈워스 대표도 첫날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건설적이었다”고 말해 어느 정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미 국무성도 첫날 협의 뒤, “진지하고 실무적이었다”는 성명을 냈다. 대체로 회담에 대해 ‘실무적’이라고 표현할 때는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실질적인 협의를 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앞서, 보즈워스 대표는 첫날 회담장인 유엔주재 미국대표부에 미리 도착해 건물 밖 입구에서 북한 쪽 대표단을 맞아 김 부상과 반갑게 악수를 했다. 또 김 부상 일행이 점심식사를 위해 회담장을 벗어났다가 오후 회담을 위해 다시 돌아올 때도 똑같이 회담장 밖에서 북한 대표단을 맞는 등 ‘정성껏’ 예우를 표현했다.
미국 대표단의 한 보좌관이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미 국가안보위원회 수석연구원을 지낸 정치학자 찰스 쿱찬의 최근 저서 <적이 친구가 되는 법>을 회담장으로 갖고 가는 모습이 포착된 것도 흥미를 끌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쿱찬은 이 책에서 미국이 적대국과 유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논지를 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은근슬쩍 미국의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풀이도 있다.
미 국무부는 명단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북-미 고위급 대화의 미국 쪽 대표단 윤곽도 드러났다. 28일 회담장인 유엔주재 미국대표부로 들어간 인사 가운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시드니 사일러 한국·일본담당 보좌관, 성 김 전 6자회담 수석대표 후임으로 지명된 클리포드 하트 특사 등이 목격됐다.
특히 사일러는 정보기관에서 30여년 동안 북한 문제만 추적해 온 ‘북한 정보통’으로, 이번 북-미 대화를 통해 ‘음지’에서 ‘양지’로 첫 데뷔하는 셈이 됐다. 지난 2월엔 조지프 디트라니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비확산센터(NCPC) 소장과 함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상황을 브리핑하는 모습이 이례적으로 공개돼 화제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대북 식량 지원 문제가 이번 회담의 의제로 올라갈 것인지의 가늠자처럼 여겨져 참가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미국 쪽 대표단에선 보이지 않았다.
이 밖에 한국에서 급파된 6자회담 차석대표인 조현동 외교통상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이 북-미 회담 뒤, 주말에 북한 대표단과 만날 가능성도 주시된다. 외교부는 “북한 쪽과 만날 계획이 없다”며 가능성을 배제했다.
뉴욕/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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