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 쌀·시멘트는 제외 방침…반기문 총장 “북한 식량난 심각”
대한적십자사(한적)가 3일 50억원 상당의 대북 수해지원 제공 의사를 북쪽에 전달했다. 한적은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대행하는 기관이어서, 사실상 정부 차원의 지원 의사 전달이다.
한적은 이날 오후 유종하 총재 명의로 북쪽 조선적십자회에 대북 통지문을 보내, 최근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북한 황해도와 강원도 일대 주민들에게 생필품 및 의약품 등 50억원 상당의 물품을 경의선과 동해선 육로를 통해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50억원 상당의 대북 지원은 100억원 규모였던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고, 품목 또한 지난해 북쪽 요청으로 전달됐던 쌀(5000t)과 시멘트(1만t) 등은 배제됐다. 정부 당국자는 “긴급구호라는 성격에 맞게 이재민에게 필요한 담요나 치약 등 생필품과 의약품, 영·유아 대상 긴급구호식품 등을 생각하고 있다”며 “쌀이나 밀가루 같은 식량이나 시멘트 등은 현재로선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든 데 대해선 “우리도 수해가 있고, 남북관계 상황에서 어느 정도 적절하냐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50억원이 적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수해지원 제의는 최근 국제사회의 잇따른 대북 수해지원 움직임과 북-미 대화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규모가 줄고 쌀·시멘트 등이 빠지는 등 수해지원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는 적극적 신호로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북쪽이 이번 제안을 받아들이고 관련 적십자 협의 등이 재개될 경우, 인도적 차원의 남북대화가 복원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일(현지시각) 유엔 본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북한 식량사정에 대해 “심각한 수준”이라며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돕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올해 초 (유엔) 합동조사단 보고서를 보면, 610만 주민이 식량위기를 겪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며 “유엔은 북한의 식량난을 심각한 수준으로 보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기여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뉴욕/권태호 특파원 won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