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박7일 러·중 방문 일정 마무리
경협·‘조건없는 6자회담’ 다져
“한·미·일에 대응 의미로 읽혀”
경협·‘조건없는 6자회담’ 다져
“한·미·일에 대응 의미로 읽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6박7일간의 러시아 및 중국 방문을 마치고 지난 27일 오후 5시 특별열차 편으로 중국 지린성 지안을 거쳐 북한 자강도 만포로 귀국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김경희 당 경공업 부장을 비롯한 당과 군대의 책임 일꾼들이 이날 국경역으로 나와 김 위원장 일행을 맞이했다고 28일 보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중국에 머물면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보낸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을 만났으며, 헤이룽장성 치치하얼과 지린성 퉁화시의 산업시설 등을 둘러봤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 뒤 중국을 경유 및 방문한 것은 귀국 여정 단축(1500㎞)이라는 실리적 목적 외에 북-중간의 긴밀한 관계를 포함한 북·중·러 3국간의 협력을 내외에 과시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애초 알려졌던 러시아뿐 아니라 귀로에 중국을 들른 것은 중·러 양국과의 협력관계를 안팎에 과시하려는 의도”라며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나 관계 개선이 잘 안 될 경우에 대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메드베데프 대통령 등장 이후 소원했던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를 이번에 정상화함으로써 북·중·러 3국간에 동북아에서 경제협력을 확대할 기반을 마련한 점이 눈에 띈다”며 “그러나 중국이나 러시아는 북한이 벼랑 끝 외교를 펼치거나 남쪽과의 강경 대치를 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북방 3국의 협력구도가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한반도 정세 안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김 위원장의 양국 방문은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중단 등의 사전조처가 있어야 한다는 한국과 미국의 요구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실제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는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에 대한 동의를 끌어냈으며, 중국 쪽으로부터 우호적인 반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한·미·일의 사전조처 요구에 대해 북한이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조기 재개’라는 자신들의 주장 쪽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이려고 일종의 여론몰이를 한 것”이라며 “그러나 9·19 공동선언 이행 의지가 있다는 등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사전조처를 취하지 않는 한 6자회담 재개는 안 된다는 게 우리 쪽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한 지루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김종철 선임기자,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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