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자유대학 한국학연구소의 베르너 페니히 박사
‘한-독 통일자문회의’ 참석차 방한한 베르너 페니히 박사
통일부의 독일 통합연구 용역 맡아
“두차례 정상회담 뒤 관계악화 슬퍼”
“김 주석 탄생 100돌 맞아 기로” 전망
통일부의 독일 통합연구 용역 맡아
“두차례 정상회담 뒤 관계악화 슬퍼”
“김 주석 탄생 100돌 맞아 기로” 전망
“북한의 인권 상황이 열악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제재나 압력보다 오히려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15일 서울 김대중도서관에서 만난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한국학연구소의 베르너 페니히(사진) 박사는 “대북 지원을 북한의 핵개발과 연관시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통일부로부터 독일의 통일·통합 정책연구 용역을 맡아 진행하고 있는 한반도 전문가다.
페니히 박사는 “역사적으로 외부에서 압력을 가해서 한 나라의 시스템을 변하게 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변화는 안에서 나올 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많은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 매일 악전고투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변화를 위한 조직화나 정치적 행동에 나서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대북 지원은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간 관계 정상화가 없이는 평화통일이 불가능하다”며 평화공존과 교류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통일 이전의 동서독과 달리 남북한이 관계 정상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슬픈 일”이라며 “남북이 1990년대 초 남북기본합의서에 서명하고 이후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지만 더 진전되지 않고 다시 관계가 악화됐다”고 한반도 상황을 진단한 그는 남북 관계의 정상화 여부는 통일 비용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통일을 하면 독일처럼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고 경제적 교류와 협력을 하면서 한발씩 통일을 향해 나아간다면 비용이 많이 안 들 수 있다.”
페니히 박사는 북한 정세와 관련해 “내년 김일성 주석 탄생 100돌을 맞아 북한이 체제 선전을 위해 자원을 무리하게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되면 북한이 내년 또는 내후년 후유증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유증으로 북한이 몇년 안에 붕괴할 수도, 중국의 지원으로 더 오래 살아남을 수도 있지만, 남쪽 당국은 이런 두 가지 가능성에 모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7~18일 통일부와 독일 내무부가 서울에서 공동 주최하는 한-독 통일자문회의에 참석한 뒤 곧 출국한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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