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 1주기를 사흘 앞둔 20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남도 강령군의 한 공동묘지에 최근 수십기의 무덤이 새로 조성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무덤들은 남쪽에서 보면 해안포 진지로 착각하기 쉽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무덤들을 새로 구축된 해안포 진지로 추정하기도 했다. 연평도/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포격 1년 연평도 고조되는 긴장감
주둔 장병 포 위서 토막잠
“다시 건드리면 철저 응징”
1천억대 예산 투입 ‘요새화’
“북한과 대화창구 마련을”
주둔 장병 포 위서 토막잠
“다시 건드리면 철저 응징”
1천억대 예산 투입 ‘요새화’
“북한과 대화창구 마련을”
“최전방이지만 그 전까지는 무의식적으로 ‘설마 쏘겠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날 이후로는 모두가 ‘(북한이) 언제든 쏠 수 있으며 우리가 또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난 15일 연평도에서 만난 해병대의 한 초급 간부는 지난해 연평도 포격 사태 뒤 바뀐 부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당시 포반장으로 현장에 있었던 김상혁 중사도 “(다시 기회가 온다면) 이번에는 확실히 보여주자. ‘한 번만 더 건드려봐라’하는 각오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23일 일어난 북한의 기습 포격은 연평도에 주둔하는 장병의 생각은 물론 일상까지 크게 바꿔놓았다. K-9 자주포 중대원들은 3교대로 포상(포가 설치된 대)에서 생활한다. 불과 150~200m 거리에 내무반이 있지만, 북한이 도발할 경우 5분 이내에 대응사격을 하기 위해 포 옆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것이다. 힘든 생활이지만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불시에 당했다. 다시 한번 기회가 온다면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라는 정서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최전방이 적개심에 바탕한 전투의지로 팽배해 있다면, 군 수뇌부는 서북 5도 요새화라는 정책을 차곡차곡 추진 중이다. 지난 6월 해병대를 주축으로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가 창설됐으며, 올해 서북 5도 군사력 증강에만 1000억원대 추가예산이 투입됐다. 주둔 장병이 1000여명 늘었으며, K-9 자주포 부대가 2배 넘게 증강됐다. 발칸과 유탄발사기 등을 장착한 AH-1S 코브라 공격헬기, 다연장포와 신형 대포병레이더 아서, 전방관측용 주·야간 관측장비 등이 추가 배치됐다. 스파이크 미사일과 전술비행선, 무인정찰기 등도 신규 배치될 예정이다.
북한이라고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지난 15일 경기 화성 해병대사령부에서 만난 서방사 관계자는 “적이 포격도발 양상이 아닌 다른 방식의 공격도 준비중인 사실을 확인했고, 이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해상침투 특수부대 수천명과 공기부양정을 추가 배치했으며, 남한은 북한의 기습 상륙공격에 대비하는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충돌위기 고조는 비단 연평도 만의 얘기는 아니다. 김관진 국방장관과 정승조 합참의장은 ‘교전규칙에 우선하는 자위권 행사’를 강조하며 “또다시 도발할 경우엔 전투기 투입은 물론 포격 지원 세력까지도 응징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그런데 여러 방식이 가능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모두 완벽하게 막아내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고, 서북 5도 땅이 비좁아 물리적 한계도 있다. 또 북한으로서는 남한의 막대한 전력을 서북 5도에 묶어놓은 채 다른 쪽으로 도발하는 작전을 구사할 수도 있다. 심리적·물리적 타격은 타격대로 입고 돈은 돈대로 썼지만, 전력증강을 통해 안정감이나 평화를 얻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김창수 불교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행정관)은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는 악순환 구조는 궁극적인 서해 평화를 보장하지 못한다”며 “안보의 빈틈은 메우면서도 북한과의 대화창구를 만들어야 하고, 10·4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평도·화성/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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