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방·북한

대북정보력 ‘먹통’…청와대도 국정원도 전혀 몰랐다

등록 2011-12-19 20:40수정 2011-12-20 10:38

허찔린 정부
청와대선 MB 생일파티…국방장관은 의원 회동중
미국도 사전정보 없던 듯…중국, 인지시점 말아껴

북한 당국이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을 전격 발표하자, 한국은 물론 미국 등 세계 모든 나라가 허를 찔린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 체제의 폐쇄성이 바로 드러난 사례인데, 한국 정부의 ‘정보력 부재’를 둘러싼 뒷말이 나온다.

■ 청와대는 생일파티, 국방장관은 국회에 북한이 <조선중앙텔레비전> 등을 통해 4차례에 걸쳐 ‘특별방송’을 예고한 19일 오전, 청와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71번째 생일과 41번째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는 축하모임이 열렸다. 직원 200여명이 모여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일부는 고깔모자를 쓰고 이 대통령 부부를 축하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직원들과 경내에서 생일축하 오찬을 하려다 급히 취소했다.

군 당국도 김 위원장 유고 소식엔 캄캄이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군 상부구조개편안 논의를 위해 국회를 찾았다가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급히 국방부로 복귀한 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했다. 정승조 합참의장도 지난주부터 예정돼 있던 전방부대 시찰 일정을 소화하다가 오후 2시 가까이 돼서야 서울 삼각지 합참 청사로 복귀했다.

주무부처인 통일부도 ‘특별방송’ 직전까지 “북-미 베이징 협상 결과나 6자회담, 전방 지역 성탄트리 점등 경고 아니겠느냐”며 느긋한 반응을 보였다. 통일부 관계자가 기자들과 함께 북한 텔레비전을 모니터하다 아나운서가 검은색 상복을 입고 등장하자 사색이 돼 장관실로 직행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남북관계나 내부 인사와 관련한 발표일 것 같다”는 엉뚱한 추측을 내놓았다.


■ 미국도 몰랐던 듯…중국은 입 닫아 북한과 대화를 앞두고 있던 미국 정부도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미리 알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18일(현지시각) “북한의 공식 발표 직전까지 미국이 한국 정부 쪽에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미국도 북한의 공식 발표 이전까지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사전에 알았다면 한국 쪽에 긴급히 연락해 함께 대비에 나섰을 텐데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는 것이다. 성 김 주한 미국대사도 이날 박희태 국회의장을 예방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조속한 발효 등과 관련해 얘기를 나눴지만 김 위원장 사망 등 북한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오가지 않았다.

<시엔엔>(CNN)은 중국이 북한의 공식 발표 전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미리 알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도 북한이 국경을 접하고 있고 가장 긴밀한 동맹이자 후계구도 안정을 위해서도 도움이 절실한 중국에 미리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통보했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대세지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중국 당국은 이번 소식을 인지한 시점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 대북 정보기관 ‘구멍’ 뚫렸나? 북한 체제의 특수성에 바탕한 철통보안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 정보기관들의 정보력 부재는 문제가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의 동선 파악은 우리나라 정보기관의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 등은 미국 쪽의 도움으로 김정일 특별열차의 동선을 파악하거나 주변인물을 포섭해 김 위원장의 동선이나 신상 변화를 파악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기존에 축적된 수십년치 동선 정보도 동선 추적에 활용해왔다.

하지만 국정원이나 정보사 등은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아무런 사전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등 핵심 당국자들의 이날 행보가 이를 증명한다. 국회 정보위 관계자도 “(설명을 들어봤는데) 국정원이 전혀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기관들의 대북 정보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순혁 기자, 워싱턴 베이징/권태호 박민희 특파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평화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대통령 이재명’은 가능할까, 법원 말고도 변수는 있다 1.

‘대통령 이재명’은 가능할까, 법원 말고도 변수는 있다

야당 예산안 감액 처리에 대통령실·여당 “민주, 예산폭주” 반발 2.

야당 예산안 감액 처리에 대통령실·여당 “민주, 예산폭주” 반발

한동훈, 정년 연장이 청년 기회 뺏는다는 지적에 “굉장히 적확” 3.

한동훈, 정년 연장이 청년 기회 뺏는다는 지적에 “굉장히 적확”

“화내서 미안” 명태균에 1시간 사과 ‘윤석열 음성’…검찰이 찾을까 [The 5] 4.

“화내서 미안” 명태균에 1시간 사과 ‘윤석열 음성’…검찰이 찾을까 [The 5]

6·25 때 미그기 몰고 참전한 우크라 조종사들…윤석열 정부는 알고 있나 5.

6·25 때 미그기 몰고 참전한 우크라 조종사들…윤석열 정부는 알고 있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