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찔린 정부
청와대선 MB 생일파티…국방장관은 의원 회동중
미국도 사전정보 없던 듯…중국, 인지시점 말아껴 북한 당국이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을 전격 발표하자, 한국은 물론 미국 등 세계 모든 나라가 허를 찔린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 체제의 폐쇄성이 바로 드러난 사례인데, 한국 정부의 ‘정보력 부재’를 둘러싼 뒷말이 나온다. ■ 청와대는 생일파티, 국방장관은 국회에 북한이 <조선중앙텔레비전> 등을 통해 4차례에 걸쳐 ‘특별방송’을 예고한 19일 오전, 청와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71번째 생일과 41번째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는 축하모임이 열렸다. 직원 200여명이 모여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일부는 고깔모자를 쓰고 이 대통령 부부를 축하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직원들과 경내에서 생일축하 오찬을 하려다 급히 취소했다. 군 당국도 김 위원장 유고 소식엔 캄캄이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군 상부구조개편안 논의를 위해 국회를 찾았다가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급히 국방부로 복귀한 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했다. 정승조 합참의장도 지난주부터 예정돼 있던 전방부대 시찰 일정을 소화하다가 오후 2시 가까이 돼서야 서울 삼각지 합참 청사로 복귀했다. 주무부처인 통일부도 ‘특별방송’ 직전까지 “북-미 베이징 협상 결과나 6자회담, 전방 지역 성탄트리 점등 경고 아니겠느냐”며 느긋한 반응을 보였다. 통일부 관계자가 기자들과 함께 북한 텔레비전을 모니터하다 아나운서가 검은색 상복을 입고 등장하자 사색이 돼 장관실로 직행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남북관계나 내부 인사와 관련한 발표일 것 같다”는 엉뚱한 추측을 내놓았다.
■ 미국도 몰랐던 듯…중국은 입 닫아 북한과 대화를 앞두고 있던 미국 정부도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미리 알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18일(현지시각) “북한의 공식 발표 직전까지 미국이 한국 정부 쪽에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미국도 북한의 공식 발표 이전까지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사전에 알았다면 한국 쪽에 긴급히 연락해 함께 대비에 나섰을 텐데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는 것이다. 성 김 주한 미국대사도 이날 박희태 국회의장을 예방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조속한 발효 등과 관련해 얘기를 나눴지만 김 위원장 사망 등 북한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오가지 않았다. <시엔엔>(CNN)은 중국이 북한의 공식 발표 전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미리 알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도 북한이 국경을 접하고 있고 가장 긴밀한 동맹이자 후계구도 안정을 위해서도 도움이 절실한 중국에 미리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통보했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대세지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중국 당국은 이번 소식을 인지한 시점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 대북 정보기관 ‘구멍’ 뚫렸나? 북한 체제의 특수성에 바탕한 철통보안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 정보기관들의 정보력 부재는 문제가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의 동선 파악은 우리나라 정보기관의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 등은 미국 쪽의 도움으로 김정일 특별열차의 동선을 파악하거나 주변인물을 포섭해 김 위원장의 동선이나 신상 변화를 파악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기존에 축적된 수십년치 동선 정보도 동선 추적에 활용해왔다. 하지만 국정원이나 정보사 등은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아무런 사전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등 핵심 당국자들의 이날 행보가 이를 증명한다. 국회 정보위 관계자도 “(설명을 들어봤는데) 국정원이 전혀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기관들의 대북 정보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순혁 기자, 워싱턴 베이징/권태호 박민희 특파원 hyuk@hani.co.kr
미국도 사전정보 없던 듯…중국, 인지시점 말아껴 북한 당국이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을 전격 발표하자, 한국은 물론 미국 등 세계 모든 나라가 허를 찔린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 체제의 폐쇄성이 바로 드러난 사례인데, 한국 정부의 ‘정보력 부재’를 둘러싼 뒷말이 나온다. ■ 청와대는 생일파티, 국방장관은 국회에 북한이 <조선중앙텔레비전> 등을 통해 4차례에 걸쳐 ‘특별방송’을 예고한 19일 오전, 청와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71번째 생일과 41번째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는 축하모임이 열렸다. 직원 200여명이 모여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일부는 고깔모자를 쓰고 이 대통령 부부를 축하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직원들과 경내에서 생일축하 오찬을 하려다 급히 취소했다. 군 당국도 김 위원장 유고 소식엔 캄캄이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군 상부구조개편안 논의를 위해 국회를 찾았다가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급히 국방부로 복귀한 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했다. 정승조 합참의장도 지난주부터 예정돼 있던 전방부대 시찰 일정을 소화하다가 오후 2시 가까이 돼서야 서울 삼각지 합참 청사로 복귀했다. 주무부처인 통일부도 ‘특별방송’ 직전까지 “북-미 베이징 협상 결과나 6자회담, 전방 지역 성탄트리 점등 경고 아니겠느냐”며 느긋한 반응을 보였다. 통일부 관계자가 기자들과 함께 북한 텔레비전을 모니터하다 아나운서가 검은색 상복을 입고 등장하자 사색이 돼 장관실로 직행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남북관계나 내부 인사와 관련한 발표일 것 같다”는 엉뚱한 추측을 내놓았다.
■ 미국도 몰랐던 듯…중국은 입 닫아 북한과 대화를 앞두고 있던 미국 정부도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미리 알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18일(현지시각) “북한의 공식 발표 직전까지 미국이 한국 정부 쪽에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미국도 북한의 공식 발표 이전까지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사전에 알았다면 한국 쪽에 긴급히 연락해 함께 대비에 나섰을 텐데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는 것이다. 성 김 주한 미국대사도 이날 박희태 국회의장을 예방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조속한 발효 등과 관련해 얘기를 나눴지만 김 위원장 사망 등 북한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오가지 않았다. <시엔엔>(CNN)은 중국이 북한의 공식 발표 전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미리 알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도 북한이 국경을 접하고 있고 가장 긴밀한 동맹이자 후계구도 안정을 위해서도 도움이 절실한 중국에 미리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통보했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대세지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중국 당국은 이번 소식을 인지한 시점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 대북 정보기관 ‘구멍’ 뚫렸나? 북한 체제의 특수성에 바탕한 철통보안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 정보기관들의 정보력 부재는 문제가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의 동선 파악은 우리나라 정보기관의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 등은 미국 쪽의 도움으로 김정일 특별열차의 동선을 파악하거나 주변인물을 포섭해 김 위원장의 동선이나 신상 변화를 파악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기존에 축적된 수십년치 동선 정보도 동선 추적에 활용해왔다. 하지만 국정원이나 정보사 등은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아무런 사전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등 핵심 당국자들의 이날 행보가 이를 증명한다. 국회 정보위 관계자도 “(설명을 들어봤는데) 국정원이 전혀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기관들의 대북 정보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순혁 기자, 워싱턴 베이징/권태호 박민희 특파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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