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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슬픔속 안정 찾아가는 평양…국경선 주민 감시 강화

등록 2011-12-20 20:31수정 2011-12-21 10:32

동상·초상화 설치된 곳마다 조문행렬 이어져
“체제비판 우려 접경 주민 5명이상 못 모이게”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이튿날인 20일 북한매체와 외신 등이 전한 북한의 모습은 비통함과 충격 속에서도 조금씩 슬픔을 가눠가는 듯 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치안 불안의 가능성, 특히 북-중 접경지역의 혼란을 몹시 경계하는 분위기다.

평양에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동상이나 초상화가 있는 곳마다 군인, 시민, 학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고 중국의 라디오 매체 <중국의 소리>가 20일 평양발로 보도했다. 많은 이들이 무릎을 꿇거나 엎드린 채 통곡했으며, 더러는 감정에 겨워 정신을 잃기도 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평양 시내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았으며, 거리에 내걸린 인공기는 모두 조기로 내걸렸다. 20일부터는 김 위원장의 유해가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의 일반인 조문이 허용돼 조문 인파가 모여들 전망이다.

북한의 매체들은 주민들의 추모 분위기를 집중 보도했다. <조선중앙TV>는 주민들이 김 위원장의 사망을 애도하며 울부짖는 모습을 전하는 한편, 김 위원장의 생애를 다룬 기록영화 등을 방영했다. <로동신문>은 1면에 환히 웃고 있는 모습의 김 위원장의 영정을 실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탁월한 영도자’ ‘위대한 계승자’ 등으로 부르며 후계 구도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북한을 다녀온 대북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평양이 빠르게 안정을 회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20일 오전 평양을 출발해 베이징에 도착한 박현석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평양은 전반적으로 애도 분위기에 잠겨 있다”며 “현재 정상적인 분위기로 냉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소리>도 평양에 치안 문제는 없어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중 접경지역의 분위기는 삼엄했다. 접경 지역의 북한 당국은 지난 19일 주민들에게 “추모 헌화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5명 이상 모이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20일 한 탈북 남성의 말을 따 보도했다. 이 지시는 주민 감시 성격이 강한 행정단위인 ‘인민반’을 통해 내려왔으며, 김정일 사후에 주민 동요가 커져 체제 비판이나 시위가 일어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이런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국내 탈북단체와 탈북자들도 최근 들어 접경 지역의 경계가 삼엄해졌으며 주민 감시도 강화됐다고 전했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은 2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9일 점심께 압록강 쪽 초소장과 통화를 했는데, 군 경계가 강화돼 당분간 연락할 수 없으니 전화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며 “함경북도 두만강 쪽에 사는 한 노동자도 (외부 접촉에 대한) 단속이 너무 심해 전화를 쓸 수 없다고 했고 그 이후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북한 내부에서도 주민들에 통행증을 내주지 않아 지역간 지역 이동이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주민들은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해 대체로 차분한 반응을 보였으며, 일부 접경지역 주민들은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남쪽보다도 늦게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저녁 북한 주민과 통화를 했다는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은 “(사망 소식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며 되레 나한테 물어보더라”라며 “소식을 듣고도 ‘결국 죽었구나’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반응은 북한 내 계층에 따라 다르다”며 “아무래도 소외계층은 (김 위원장) 사망을 아쉬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탈북자(41)는 “19일 회령에 사는 지인과 통화를 했는데 목소리가 온화했다”며 “김일성 주석 사망 때는 분위기가 어마어마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20일 중국 베이징의 서우두공항이나 접경 지역인 단둥에서는 북한 관료나 무역상이 조문을 위해 귀국하는 행렬이 다수 목격되기도 했다.


김외현 박현정 김지훈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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