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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대담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최완규 경남대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죽음은 한반도 정세에 혼란스럽고 불안한 국면을 예상케 한다. 절대권력으로서의 그의 위상과 북한이 직면한 문제들, 그리고 그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인 시각들이 겹쳐지면서다. 그러나 현실의 모습은 오히려 차분하다. 20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김대중도서관에서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최완규 경남대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이 “김정일 없는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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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절대권력자라고 할 수 있는 지도자의 죽음이 북한에게는 불확실하고, 밖에서 보기엔 불안정한 북한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김정일 사후의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최완규(이하 최) 김일성 사후에 비해 김정일 사망은 충격이 덜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주민들 마음속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확실성이 그 때보다 더 하다는 생각은 지나친 추론이라 생각한다. 최고 권력자가 죽는 것을 급변사태라고 단선적으로 보는 것은 희망적인 예단으로 볼 수 있다. 남북관계와 평화체계 유지 과정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급변사태를 구태여 상정하여 긴장을 고조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문정인(이하 문) 현 정부의 패러다임에 따르면 지금 상황은 급변사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급변사태를 정의내리기 위해서는 위기적 급박성, 불확실성이 있어야 하는데, 김정일 사후 3~4일 상황을 보면 북한이 매뉴얼을 갖고 움직이는 것처럼 매우 순조롭다. 현 상황이 위기가 아니라, 국가지도자 서거에 따른 국장 국면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남쪽이 급변사태로 규정하고 비상경계태세, 한미공조 확인 등의 행보를 보이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해 보인다.
사회 말씀하신대로 북이 지난 94년의 예를 따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 우리가 볼 수 없는 부분의 문제는 남는다. 최고권력자인 김정일이 부재가 지도력의 문제, 나아가 권력투쟁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가?
최 2010년 당대표자 대회 이후 김정은으로의 후계작업이 가속화하고, 군에서는 김정은의 명령을 수행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후계 체계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김정은 체제가 결정권을 행사 못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94년에 비해 충격이 적었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말하자면 전반적인 후계체제가 확립되는 과정에서 김정은 중심의 의사결정 체제는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
문 북한은 헌법자체에 이른바 유일지도체제를 명기하고 있다.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3대째로 이어지는 후계자로서 대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본다면 김정은의 위상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물론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문제는 있다. 김정은은 노동당 총비서, 인민군최고사령관, 당중앙군사위위원장 등 권력의 정점에 있지 못하다. 그러나 장성택, 김경희 등 핵심 엘리트들이 후견인으로 자리 잡고 있고 조선노동당도 재정비 한바 있다. 그리고 정치국 요원들을 보자. 군대는 이영호, 미국은 강석주, 대남은 김양건, 경제문제는 홍석형 등이 정치국에 포진하고 있다. 그리고 김정은에 대한 군의 충성도 변함이 없어 보인다. 권력구도는 김정일 체제와 단속성 없이 이어질 것이다.
사회 김정일과 김일성이 업무상 강행군 속에서 사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업무를 대신할 사람이 없는 절대권력자였다는 것인데 후계구도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사라졌다. 다른 아들들과의 관계에서도 후계자간 경쟁 갈등구도가 남아있는 것은 아닌가?
최 김정일을 후계자로 선정한 것도 혁명 빨치산 1세대가 합의한 결과고, 김정은도 핵심 지배집단의 합의에 의해 옹립된 것이다. 현대 독재체제의 후계문제에 대한 연구를 보면, 최고권력자의 아들을 후계로 두는 것이 권력이 안정적으로 승계되고, 갈등이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 김정은이 2년이면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군을 비롯한 권력을 충분히 공고하게 했다고 보고, 장성택이 후견인 역할을 잘 해낼 것으로 본다. 단기적으로 권력투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일부 언론등에서 29살의 어린 김정은이 북한을 어떻게 통치하느냐 하는 의아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동의하지 못한다. 김일성, 김정일로 이어지고 다져진 권력과 정책 운용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본다. 북한을 이해하는 세 가지 핵심변수는 권력, 제도화, 민심이다. 권력과 제도화는 큰 문제가 없지만, 민심이 관건이다. 김정은 정권이 생필품, 식량 등 당면한 경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민심의 향방을 가를 것이다. 그러나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파열음이 생길 수 있다. 한국, 미국 등에서 식량원조, 경제지원, 투자 유치 등을 확보하려면 핵무기 부문에서 양보해야 한다. 이때 군이 이에 동조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다. 그 과정에서 군과 당 사이에 대립과 갈등이 발생 할 수 있는데 김정은이 이를 조율 할 수 있을까? 결국 정책 운용 능력과 갈등 조율 문제가 김정은 체제의 미래를 가늠하는 변수가 될 것이다.
사회 김일성 사후 주석제를 폐지하고 국방위원회 시스템으로 바뀌었듯이, 김정일 사후에도 시스템이 바뀔 가능성은 없는가. 집단지도체제나 후견인 정치 등의 형태가 드러날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문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94년 김일성 사후 김정일이 핵무기 개발 등 선군정치와 강성대국을 내세운 김정일이 핵무기 개발에서 성과를 냈다면 이제 남은 것은 인민생활 향상을 통해 강성대국을 완성하는 것이 될 것이다.내년 4월까지는 지켜봐야 겠지만, 김정은은 인민 생활 향상을 내걸고 내각과 당을 움직이려 할 것이다.
최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권력 핵심의 이동이다. 김일성 시대에는 군권에 비해 당권이 취약해, 김정일에게 승계하는 과정에서 군으로부터 당으로 권력의 중추를 물려줬다. 이후 김정일은 군권이 취약해 선군정치를 들고 나와 군이 비대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김정일이 의도했던 것은 군에서 다시 당으로 권력 중추를 이동 시키는 것이었다고 본다. 그래서 김정은 시대에는 당이 중심이 될 것이고, 안정되면 7차 당대회가 개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 지난 94년 조문문제는 남북관계를 후퇴시키고, 핵문제에서도 남한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인지 그 당시와 달리 우리사회가 차분한 대응을 하고는 있는데, 문제를 포함해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고 가야한다고 보는가?
문 현 정부가 결정을 잘 한 것 같다. 조의를 표명하고 김대중 대통령과 정몽헌 회장의 유족들에 대한 대북 조문 방북을 허용하지 않았나. 바람직한 결단이다. 김정은도 유훈통치의 가닥에서 이해해야 한다. 김일성 비핵화 주장했다. 김정일도 그 길로 갔다. 문제는 비핵화의 조건이다. 북미 관계정상화, 한반도평화체제다. 김정은도 그 틀에서 많이 안 벗어날 것이다. 인민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김정은도 표현은 안 해도 개혁개방으로 가야한다는 걸 잘 알 것이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정책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이 강경책을 쓰면 군부를 자극할 것이고, 인민경제는 힘들어질 것이고 김정은이라는 절대 권력도 한국과 미국이 압박하면 다른 방법을 취할 수가 없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이 지금을 기회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핵 포기와 교류협력, 평화체제 구축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한다. 앞으로 1년 동안 교류협력과 평화체제의 길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최 좀 늦었지만 정부가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 정부 차원의 조문단 파견보다는 과거 조문에 대한 답례형식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정주영 회장 유족들의 조문을 위한 방문을 허용한 것도 국민정서를 고려한 적절한 조치였다. 큰 틀에서 보면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풀어가는 정도는 이미 제시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정치적 이념적 조건과 필요에 따라서 정도를 외면한 것이지 정답이 없어서 길을 못 찾은 것은 아니었다.
사회 이명박정부 들어서 남북관계 악화와 오바마 미 행정부의 소극적인 대북정책으로 북중관계가 변화하고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김정일의 사망 이후 중국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강화될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최 북중 밀월관계라는 시각이 있지만 실제로 북의 핵심엘리트들은 중국을 경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이 중국에 경도돼 있다는 것은 다분히 기계적인 사고다.
문 중국의 대북정책은 현상 유지의 기조 속에 북한의 정치사회적 안정을 위해 지원을 계속할 것으로 본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김정은이 영도한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북중관계는 유지될 것이다. 미국이 문제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번 기회를 통해 북한과 대화하고 교류협력을 해나간다면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것이다.
사회 그동안 북한과의 대화는 최고권력자와의 담판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김정은은 후계자일 뿐이다.우리는 누구와 협상을 해야하는 것인가.
문 기본적으로 모든 논의에서는 북한을 정상국가로 보고,북한이 결정하는 바에 맞추어 우리도 대응하면 된다고 본다. 북한이 자신들의 시스템에 따라 김정은을 옹립했다면 김정은과 대화하면 되는 것 아닌가.
정리/박태우 정환봉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