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평양에 머물렀다”
“함흥 근처에도 있었다”
“구름껴 이동 식별 못해”
여러가지 말 흘러나와
“함흥 근처에도 있었다”
“구름껴 이동 식별 못해”
여러가지 말 흘러나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장소와 경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20일 국회 정보위에서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사망 전 이틀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고 보고한 뒤 논란이 일자 이번에는 국방부가 21일 서둘러 원 원장을 지원사격하고 나섰지만, 정부 내에서는 ‘날씨 때문에 정확한 관측이 어려웠다’, ‘특별열차가 여러 대여서 생긴 혼선이다’ 등의 말들도 흘러나오고 있다. 미확인 정보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이 북한과의 관계는 물론 미국과의 정보 교류에도 악영향을 끼칠지 우려된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21일 기자실을 찾아 “(특별열차 이동 여부와 관련해) 군과 국정원 사이에 이견이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정보공유 체계가 잘 구축돼 있고 필요한 정보도 원활하게 교류하고 있다”며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에서 발언한 내용을 믿으면 된다”고 말했다. 전날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에서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숨졌다’는 북한 발표에 의문을 제기한 원 원장의 발언에 힘을 보탠 것이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그날 구름이 많이 껴 위성에서 열차 이동 여부를 한동안 식별하지 못했다. 평양에 서있는 것까지 확인하고 한동안 확인이 안 됐다”며 “그래서 중간에 움직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이동 정황도 파악됐지만, 결국은 안 움직이고 평양에 머문 걸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국방부 쪽에서 보내준 정보로는 열차가 평양에 있었다는 게 맞다. 하지만 함흥 근처에도 특별열차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별열차가 2대 이상이어서 생긴 혼선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권영세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특별열차가 움직였다가 다시 돌아왔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여러 주장과 분석이 분분해 명확한 사실 관계 확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논란 제공자인 원 국정원장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북한 정보수집의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개선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변명 위주이고 북한발표 사망경위에 대해 지엽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의 작업을 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군이 소모적인 논란에 끼어든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한 군 관계자는 “(대변인의 공식 발표가) ‘군과 국정원 사이에 이견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겠지만, 북한이 거짓 발표를 했다는 주장에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찬동하고 나서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정보 협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국정원과 국방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가며 미국이 첩보위성을 통해 확인한 특별열차 이동 여부에 관한 정보를 공표하고 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미군은 과거에도 자신들이 제공한 정보를 한국 정부에서 임의로 활용하거나 노출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곤 했다.
이순혁 이용인 기자 hyuk@hani.co.kr
이순혁 이용인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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