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호주의 엄격 적용…민간 조문교류 폭 최소화
민주당 “민화협 중심 조문단 구성” 제안에 ‘청’ 거부
민주당 “민화협 중심 조문단 구성” 제안에 ‘청’ 거부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육로를 통한 방북 조문을 22일 허용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쪽이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통해 이 여사와 현 회장의 육로 방문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9시께 통일부가 같은 채널로 조문단의 육로 방북 의사를 북에 알린 것에 대한 회신이었다. 북쪽은 전날 현 회장 쪽에 “육로로 오면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조문단은 파주 남북출입사무소와 개성을 지나 평양에 도착하게 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28일) 전 1박2일의 일정일 가능성이 크다.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북쪽이 김대중 대통령을 조문할 당시 영결식에 참여하지 않고 1박2일(영결식 하루 전날)로 다녀간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방북 조문단에 3급 부이사관급(국장 또는 고참 과장) 수행 책임자를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북쪽과 비공식적인 당국자간 대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민간 조문단 확대를 요청한 야당과 민간단체, 종교단체들의 요청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아, 김 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한 ‘조문 교류’의 폭은 최소화될 전망이다.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서 원혜영 민주통합당 대표 등은 “정부가 정당의 조문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 민간단체와 종교단체만이라도 참여를 확대해 김 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한 남북교류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앞서 당내에서 의견이 모아진 대로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장 김덕룡)를 중심으로 조문단을 확대 구성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조문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갈 수도 있으니 야당도 이런 점을 이해해달라”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이 대통령은 “민화협의 조문 외교가 필요하다는 야당의 의견은 충분히 알겠지만, (국내에는) 정부가 북한 주민에 대한 위로를 표시한다든지 조문단의 제한적 허용도 반대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정부가 세운 원칙이 훼손되면 대단히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익환 목사 유족의 방북 조문 신청을 불허한 데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답방 기준’, 곧 ‘당시 북한의 조문을 받은 게 아니었다’는 이유를 댔다.
이와 관련해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정부가 공식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고 한나라당도 국회 조문단 구성을 거부하는 것은 국가 경영에 있어 미숙하고 어리석은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노무현재단 등 시민사회단체의 방북 조문 등은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인택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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