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조선중앙TV’에 연일 노출
‘김정일 조문정치 넘지 못해’ 평가도
‘김정일 조문정치 넘지 못해’ 평가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장의위원 ‘서열 1위’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선보이는 ‘조문 정치’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짧은 기간 안에 권력 승계를 마무리지어야 하는 처지에서 후계자라는 사실을 대내외에 공식화하는 절차로 받아들여진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날마다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에 실리고 있는 세계 각지의 조전은 김정은 부위원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들 조전의 형식은 대체로 ‘수신자-조의의 글-발신자-날짜’로 동일하다. 조전의 성격상 발신자를 강조할 법하지만, 로동신문 지면에서는 수신자의 글자 크기가 제일 크다. 그 수신자는 대개 김정은 부위원장이어서, 결국 조전이 가득 실린 1~2개면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께’, ‘김정은 각하께’, ‘김정은 대장 각하’ 등이다. 여기에 간간이 ‘조선 인민의 최고령도자’라는 수식어도 따라붙어 차기 지도자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김정일 위원장의 유해가 처음 공개된 지난 20일 김정은 부위원장이 당·정·군 고위 간부들과 함께 참배하는 장면이나, 이어서 유해가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에서 국내 주요 인사들과 외교사절단의 조문을 받는 장면이 <조선중앙티브이>를 통해 보도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의위원들이 김 부위원장의 옆과 뒤로 줄을 선 모습이나, 유일하게 나서서 조문객과 악수하고 짧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맏상주’로서의 김 부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우기에 충분했다. 대내외에 공식적인 권력계승자로서의 지위를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의 이런 모습이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선보인 조문 정치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일 위원장은 당시 ‘시신 영구 보존’, ‘3년 상’, ‘주석직 폐지’ 등으로 효과적인 후계 확정 선전을 위한 정치 행보를 걸었다.
한편, 로동신문은 23일 지난 19일 김 위원장 사망 발표부터 이틀간 북한 전역에서 연 4392만명이 조의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인구가 대체로 2400만명을 약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한 사람이 하루에 한 번씩 참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애도 기간은 29일까지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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