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 집중분석 ⑤ 통치행태 변화할까
권력층 내부 반발세력 정지작업
지난 3년동안 상당히 진척
‘극단적 공포정치’ 가능성 낮아
물리력만으로 체제유지 한계
“민심이반 가장 두려워 해”
권력층 내부 반발세력 정지작업
지난 3년동안 상당히 진척
‘극단적 공포정치’ 가능성 낮아
물리력만으로 체제유지 한계
“민심이반 가장 두려워 해”
김정은은 로베스피에르가 될 것인가?
김정은 체제의 통치행태가 과대성장한 북한 공안기관의 물리력에 의존하는 방식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김일성·김정일 유일 영도체계는 권력 엘리트와 전 주민에 대한 촘촘한 사상·물리적 통제에 기반해 유지돼왔다. 김정은 체제 역시 이를 이을 수밖에 없다. 김정은 후계 체제 구축 과정에서 가장 먼저 손댄 권력기관이 군부와 더불어 공안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라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후계구축의 최일선에 섰던 우동측 보위부 제1부부장은 당 중앙군사위원으로 승승장구한 반면, 뜨뜻미지근했던 주상성 인민보안부장은 비리 등의 사유로 해임됐다.
더구나 김정은 체제가 처한 상황은 항일무장투쟁의 정통성을 갖추고 수십년의 후계 준비기간을 통해 권력을 확고하게 장악했던 할아버지, 아버지 때와는 사뭇 처지가 다르다. 연배도 어리고 후계 준비기간도 짧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쌓지 못한 그로선 과도기적으로 철권통치를 한층 강화함으로써 도전 세력과 주민들의 불만을 억누르려 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그의 강압통치가 아버지 시대를 뛰어넘는 극단적 ‘공포정치’로 나타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정치사적으로 공포정치는 권력 전환기 반대파 제거를 주목적으로 과도적으로 운용되는 통치행태라 할 수 있다. 프랑스대혁명 직후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는 공안위원회를 통해 수백명의 반대파를 단두대에 세우는 공포정치를 폈다. 국내에서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 군사반란 뒤 광주항쟁 유혈진압과 삼청교육대 개설 등의 공포통치로 저항을 짓눌렀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국면을 수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심각한 권력 엘리트 내부 갈등이나 주민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권력 엘리트들 사이 후계체제에 대한 비판이 있거나 주민들의 집단 소요 등이 예상된다면 공안통치, 공포통치를 하겠지만, 현재 북한에선 그런 세력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후계체제의 기강을 다잡으려고는 하겠지만, 극단적 통치행태로서 공포정치를 택할 이유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김정일 위원장이 2009년 1월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나선 이래 지난 3년여 사이 이미 권력 엘리트 내부 반발세력에 대한 정리 작업은 상당 부분 진척됐을 가능성이 크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은은 지난해 9월 3차 노동당 대표자회 뒤 이미 장성과 대좌, 상좌 등 군부 중견 간부 300여명을 잘라냈다”며 “아직 김영춘 인민무력부장과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등 일부 김정은에게 동의하지 않는 세력이 있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사상·물리적 통제만으로는 민심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김정은 체제 통치행태가 사회 전 분야에 걸친 공포정치 일변도로 흐르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 요인이다. 서재진 전 통일연구원장은 “공안기관의 강압적 감시 유지와 더불어 경제적 인센티브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려는 노력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안찬일 소장은 “김정은이 일정한 기간 뒤엔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면서 민심을 다독이며 화합 분위기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밖으로는 북-미 대화와 6자회담 재개 등을 통해 중국과 미국, 남쪽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내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안으로는 장마당 등 시장을 용인하는 정책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 소장은 “지금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는 1994년 김일성 사망 뒤 ‘고난의 행군’으로 민심이 완전히 당에 등을 돌렸던 악몽이 재현될까봐 떨고 있다”며 “민심 이반을 물리력만으로 막을 수 없는 만큼, 경제적 차원에선 주민 통제를 완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정은 체제의 통치행태는 분야별로 일정한 차별성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사회적 동요와 체제 불안 요인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사상·정치적 통제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권력 엘리트에 대한 감시망을 죄는 것은 물론, 탈북자에 대한 처벌도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은 더욱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제적 차원에선 시장 용인 등 국가의 통제 고삐를 늦출 가능성도 있다. 식량지원을 받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에 대해선 전향적으로 남쪽과의 대화에 응해 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남쪽 정부도 이런 차이점까지 고려한 세심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는 “일차적으로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 식량지원 재개로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이산가족의 한을 푸는 것이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라며 “한편으로 내부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선 개혁·개방 유도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풀어가되, 탈북자 강제송환 등의 당면 현안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식의 종합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끝>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결국 김정은 체제의 통치행태는 분야별로 일정한 차별성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사회적 동요와 체제 불안 요인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사상·정치적 통제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권력 엘리트에 대한 감시망을 죄는 것은 물론, 탈북자에 대한 처벌도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은 더욱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제적 차원에선 시장 용인 등 국가의 통제 고삐를 늦출 가능성도 있다. 식량지원을 받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에 대해선 전향적으로 남쪽과의 대화에 응해 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남쪽 정부도 이런 차이점까지 고려한 세심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는 “일차적으로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 식량지원 재개로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이산가족의 한을 푸는 것이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라며 “한편으로 내부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선 개혁·개방 유도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풀어가되, 탈북자 강제송환 등의 당면 현안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식의 종합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끝>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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