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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김정일위원장 사망때 ‘깜깜’ 군 정보기관 구조적 문제는

등록 2012-01-04 21:07수정 2012-01-04 22:20

(※클릭하면 더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붙박이’ 대북담당 태부족…승진 불리해 기피도
정보본부·정보사 전문성 무시한 순환인사
미 DIA ‘고정’ 군무원 70% 한국은 10~20%
수천억 정찰기 등도 먹통…‘재정비’ 목소리
“김정일 위원장이 죽은 사실이야 몰랐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매체들의) 특별방송 예고가 수차례 반복됐는데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면, 이는 군 정보기관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군 정보기관 출신 영관급 예비역 장교) 지난해 연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군 정보기관 운용과 역할에 대한 재검토 목소리가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사실 북한 군사정보 획득과 분석 능력 약화 우려는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니다. 잘못된 인사정책과 부실한 정보기기 운용, 작전·전력(무기 도입)에 경도된 군 수뇌부의 마인드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 전문성 약화시키는 조직운영 군에서 대북 정보를 총괄하는 기관은 국방정보본부다. 3성 장군이 본부장인 정보본부 산하에는 정보사령부와 부대 이름이 수시로 바뀌는 감청 부대인 ‘쓰리세븐 부대’가 있다. 정보사는 과거 북파요원 훈련과 파견을 주관했으며 현재는 중국 등지에서의 흑색요원(신분을 위장한 정보요원) 운용, 탈북자 심문 등을 담당한다. 문제는 군 정보기관 운용에 정보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보 전문성을 쌓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한자리에 머물며 상대방을 면밀하게 탐색하고 분석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순환인사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는 독자적으로 대북 정보의 수집·분석·분배까지 해내던 정보사가 1999년 정보본부 예하로 편입되면서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90년대 정보사에서 근무한 한 장교는 “3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이 북한에만 모든 안테나를 세워둔 채 각종 작업을 하면서, 수준급 정보들이 꾸준히 생산돼 올라와 놀랐다”며 “그런데 정보본부와 정보사가 사실상 한 몸이 된 뒤로는 특별히 인정받지도 못하고 승진에도 불리한 대북 정보파트 대신 정보기획과 해외정보 등으로 가려는 기류가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한미 연합훈련 뒤 미군 선임 지휘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 한국군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숙련된 군사정보 전문가의 부족’을 지적했다. 미 국방정보국(DIA)은 전체 정원의 3분의 2가 군무원이다. 반면에 2010년 말 기준 정보본부의 군무원 비율은 24%이고, 정보사는 12%에 불과하다. 진급을 위해 여러 보직을 돌아다녀야 하는 현역 군인이 다수인 상황에서는 정보의 전문성 향상은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미군의 지적이었던 것이다.

■ 장비들은 잇단 부실 논란 정보획득 무기들의 부실도 골칫거리다. 해군 대북 정보함의 무인항공기(UAV)가 대표적이다. 해군 정보함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근을 오가며 북한군의 음성·영상 정보를 수집하는데, 여기에 탑재된 무인항공기 3대 가운데 2대가 2007년과 2010년 추락해 나머지 한대는 또 떨어질까봐 띄우지도 못하고 있다.(<한겨레> 2011년 12월7일치 2면 북한 향로봉~백령도 축선 이내 지역의 통신·전자신호를 잡는 향백사업도 2000억원가량 예산을 들여 2007년 마무리가 됐지만, 천안함·연평도 사태 때 아무런 구실을 못했다. 1990년대 후반 전력화한 백두정찰기(신호감청)도 성능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육군이 2000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전방 야전사단에 배치한 전자전 장비(ES/EA) 등도 별다른 효용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 정보기관들 역할 재정립해야 국방부도 이런 문제점들을 알고 있고, 지난해에는 정보본부의 군무원 비율을 50%까지 늘리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인사구조 개선, 부실한 정보기기 획득 등 근본적 문제해결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 예비역 정보 전문가는 “단기적으로는 정보본부의 대북 군사정보 파트를 대폭 키우고 우대해줘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기무사를 국내 정보에서 손을 떼게 하고 조직을 대폭 축소한 뒤 사이버사령부와 통합해 기술력을 갖춘 정보 방호부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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