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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목적 안보교육” 보훈처 고위관료 처장 비판

등록 2012-01-06 20:08수정 2012-01-06 20:10

장대섭 보훈심사위원장, 박승춘 리더십에 쓴소리
“계급 낮은 직원에게는 육두문자마저 쏟아진다”
독립·민주 정신 배제하고 안보교육만 치중

국가보훈처에서 30년 넘게 재직해온 고위 관료가 보훈처를 떠나며 박승춘 보훈처장의 리더십과 업무 처리 스타일에 관해 쓴소리를 남겼다. 박 처장은 새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현 정권의 대북 강경정책을 옹호하며 2040세대에 대한 안보교육론을 제기하고, 군 가산점제를 대체할 채용 할당제 추진 의사를 밝히는 등 극우보수적 행보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장대섭 보훈처 전 보훈심사위원장(별정직 1급)은 지난 1일 자신의 블로그인 ‘장대섭의 보훈마당’에 ‘국가보훈처장의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장 전 위원장은 전임 김양 처장이 신뢰, 공정, IT의 리더십으로 괄목할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한 뒤 현 박승춘 처장의 스타일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처장이 직원들을 의심하고, 보고해도 안 믿고, 한 보고도 하지 않았다 하게 되고, 직원들은 일 따로, 보고 따로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며 “불신과 의심과 오해와 증오와 분노가 차 있으니 간부회의에서 괜스레 이빨을 가는 듯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며 보훈공무원에 대해 극도의 증오심을 분출하기 일쑤”라고 밝혔다. 또 “계급이 낮은 직원에게는 육두문자마저 쏟아진다. 천정의 형광등이 흔들리도록 쩌렁쩌렁한 목소리로”라며 박 처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보훈 심사와 관련해서도 그는 전임 김양 처장은 “3년 동안 한번도 외부 청탁을 전달한 적이 없다. 당신 스스로도 조금이나마 보훈심사의 독립성에 저해되는 발언을 한 적은 더욱 없다”고 평가한 뒤 “보훈심사에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되면 개별 안건에 대해 정무적으로 판단해서 처리하라, 미리 1:1로 보고해서 지침을 받아 처리하라는 등 무리한 요구로 이어지고, 그렇게 될 경우 이명박 정부 3년간 공들인 쇄신 성과는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고 말해 현재의 난맥상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또 “7080 식으로 일일이 처장실에 줄서서 구두보고하다 보면 업무지연 및 마비현상이 생기고, 오해는 오해대로 깊어지는 현상이 관찰된다”며 “전자보고 활용 필요성을 계속 건의해도 묵살되니 마침내 될 대로 되라는 식이 된다. 처장은 직원들의 보고가 너무 적고 늦다고 불평하고, 직원들은 일이 안 돌아가니 돌아서서 처장을 성토하고 빨리 바뀔 날만 고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장 전 위원장은 1월3일에도 ‘선제보훈 유감’이란 글을 올려 박 처장의 업무 스타일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보훈처가 새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핵심 개념으로 제시한 ‘선제보훈’을 두고 “독선적 표현”이라고 지적한 뒤 “그 시대 상황에서 나름 최선을 다해온 50년인데 과거를 깔아뭉개야 현재가 뜰 수 있어서 그런가?”라고 반문했다. 현 정권에 코드를 맞추기 위해 과거를 모두 부정하는 것 아니냔 것이다. 그는 “군사용어인 선제공격을 본떠서 붙인 말로 보이는데 엉뚱하게 갖다 붙였다”며 “용어가 문제 있다고 건의해도 묵살하더니 보훈처가 웃음거리가 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또 “나라사랑교육과를 만든 취지는 독립유공자들의 독립정신, 국가유공자들의 호국정신, 그리고 4.19등 국가의 핵심인 국민의 자유를 유린하는 독재에 항거한 민주정신 모두를 함양하는 데 있었다”며 “그런데 처장이 일방적으로 독립정신과 민주정신은 배제하고 안보교육만 치중하고 있다. 강우규 의사 동상 건립이나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사업도 안 했어야 된다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독립운동가와 그 유족을 중심으로 한 광복회와 민주화운동을 하신 분들을 적대시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을 심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선제보훈을 한답시고 안보교육과 안보 그 자체가 보훈인양 착각하지는 않아야 한다”며 “더구나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안보교육을 하는 것은 후일 책임지기 어려운 문제를 일으키게 됨을 유념하여야 할 것”이라며 글을 끝맺었다.


이에 대해 보훈처는 “장 전 위원장은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서 작성에 직접 관여한 바 없어 ‘선제보훈’의 취지와 의미를 잘 모르고 얘기한 것”이라며 “보훈심사시 개별 안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1:1로 지침을 받아 처리하라고 했다, 안보교육에만 치중하고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사업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대목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신명식 보훈처 대변인은 “대부분이 주관적 의견에 관한 것이라 뭐라 말하기 힘들다”면서도 “30년 넘게 보훈처에서 일하시다 퇴직하신 분이 왜 그런 글을 남기셨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보훈처는 장 전 위원장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지난해 12월9일 의원면직과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같은 해 12월29일 퇴사했다고 설명했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 월선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몇몇 기자들을 불러 북한 경비정들의 교신 내용 등을 흘려 직위해제됐던 예비역 육군 중장이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이 추진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운동을 이끌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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