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우익 통일부장관
류우익 통일부장관 인터뷰
남은 1년 많은 일 일어날 수 있어
임기 끝난다고 통일정책 안끝나
다음 장관 일할 수 있게 해놔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갈림길에 놓인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정부의 대북정책 책임자인 류우익 통일부 장관에게 물었다. 류우익 장관은 1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대화채널이 열리면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을 가장 먼저 추진하고 10·4 남북정상선언도 이행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화 의지를 보이는 차원에서 식량 지원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먼저 제안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일단 만나면 무엇이든 논의할 수 있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인터뷰는 이날 오전 서울 정부중앙청사 통일부 장관실에서 이뤄졌다. -앞으로 이 정부의 임기가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과거보다 몇 배 빠르다. 1년 동안에도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순신 장군에게 12척의 배가 있었던 것처럼 나한테도 12달이 남아 있다. 남은 시간이 짧지 않다. 내 임기 끝난다고 통일 정책이 끝나는 게 아니다. 다음 장관이 일을 할 수 있게 해놓아야 한다.” -임기 안에 달성하려는 남북관계의 목표가 있나? “정해놓은 목표라기보다 남북간에 안정적 대화채널이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필요하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대화채널이 유용하다. 북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으면 대화채널을 만드는 일부터 해야 한다. 대화채널을 열어서 오해 불식하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 -어떤 채널인가? 장관급 회담 같은 것인가? “당연히 당국 간이다. 민간은 지금도 채널이 있다. 채널의 수준을 규정할 수는 없으나, 책임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당국자 간의 채널이 있어야 안정적인 관리를 할 수 있다.”
불확실성 클수록 대화채널 유용
현안중 이산가족 상봉 가장 시급
금강산 재개도 당국간 협의 필요 -대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식량지원이나 금강산 관광 같은 것을 먼저 제안할 의향은 없나? “장관이 되고 나서 개성공단의 병원·소방서·도로 등을 증축하고 포장했다. 겨레말큰사전 교류, 개성 만월대 복원 등 문화사업도 다시 시작했고,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민간 지원 등도 했다. 이를 통해 진의를 충분히 전달했다. 조문 문제도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할 만큼 한 것이다. 오히려 북에 묻고 싶다. 우리가 그렇게 하는 동안 북은 무엇을 했나? 지도자가 사망해서 북이 당황스럽고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더니 그런 것까지 다 비난했다. 신뢰가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대화채널이 더 중요하다. 대화 성과를 내는 것은 다음이고, 대화채널 여는 것이 먼저다. 북도 호응해서 꼭 대화채널을 열었으면 좋겠다.” -대화채널이 열리면 우선 다룰 문제는 무엇인가? “저쪽 생각이 있을 테니 일방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핵심 의제로는 천안함·연평도 사과 문제, 비핵화, 5·24 조처, 경협 문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식량지원 문제 등이 있다. 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산가족 상봉이다. 인도적 문제라서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중장기적으로 10·4 남북정상선언 이행을 위해서도 여러 협의가 필요하다. 이행할 수 있는 것부터 우선 하고, 이행이 어려운 것은 미루면 된다.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 있을 텐데 이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어느 날 갑자기 이행을 선언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조문차 방북해서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북쪽과 실무적 대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동안에도 금강산 관광에 대해 현대아산과 저쪽 실무자들 사이에는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당국 간엔 없었다. 그런데 관광객 신변 안전은 기업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신변 안전은 전 국민이 대상이고 한 기업이 담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관광이 재개되려면 당국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유연화 조처 연장선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안한 서울시향 평양 연주회나 경평 축구대회와 같은 문화·체육 행사를 먼저 시도해볼 수 있지 않나? “현시점에서는 지방정부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아직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문화·스포츠 교류를 할 것이다. 서울시에서 정식으로 제안이 오면 남북관계를 봐가면서 하겠다.” 김정일 사망 발표내용 의문 없어
조문안한 것 가지고 시비하는 건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시각과 장소에 대해 우리 정보당국이 다른 의견을 이야기했는데? “우리 정보당국에서 사망 시각, 장소를 수정한 일이 없다. 북의 발표를 부정할 정보가 없다. 폐쇄사회니까 추측과 궁금증이 있지만, 우리 정부는 그것에 의문을 갖고 있지 않다. 북이 발표한 내용이 옳다고 본다. 남의 지도자의 죽음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은 꽉 막힌 남북관계에서 전환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사과는 사과대로 요구하면서 정부 차원의 조문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조문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각자 형편에 맞게 하는 것이다. 조문 안 한 것 가지고 시비하는 것은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질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가지고 전체 남북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 않다.” 인터뷰/백기철 정치부장, 정리/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임기 끝난다고 통일정책 안끝나
다음 장관 일할 수 있게 해놔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갈림길에 놓인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정부의 대북정책 책임자인 류우익 통일부 장관에게 물었다. 류우익 장관은 1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대화채널이 열리면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을 가장 먼저 추진하고 10·4 남북정상선언도 이행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화 의지를 보이는 차원에서 식량 지원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먼저 제안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일단 만나면 무엇이든 논의할 수 있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인터뷰는 이날 오전 서울 정부중앙청사 통일부 장관실에서 이뤄졌다. -앞으로 이 정부의 임기가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과거보다 몇 배 빠르다. 1년 동안에도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순신 장군에게 12척의 배가 있었던 것처럼 나한테도 12달이 남아 있다. 남은 시간이 짧지 않다. 내 임기 끝난다고 통일 정책이 끝나는 게 아니다. 다음 장관이 일을 할 수 있게 해놓아야 한다.” -임기 안에 달성하려는 남북관계의 목표가 있나? “정해놓은 목표라기보다 남북간에 안정적 대화채널이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필요하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대화채널이 유용하다. 북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으면 대화채널을 만드는 일부터 해야 한다. 대화채널을 열어서 오해 불식하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 -어떤 채널인가? 장관급 회담 같은 것인가? “당연히 당국 간이다. 민간은 지금도 채널이 있다. 채널의 수준을 규정할 수는 없으나, 책임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당국자 간의 채널이 있어야 안정적인 관리를 할 수 있다.”
불확실성 클수록 대화채널 유용
현안중 이산가족 상봉 가장 시급
금강산 재개도 당국간 협의 필요 -대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식량지원이나 금강산 관광 같은 것을 먼저 제안할 의향은 없나? “장관이 되고 나서 개성공단의 병원·소방서·도로 등을 증축하고 포장했다. 겨레말큰사전 교류, 개성 만월대 복원 등 문화사업도 다시 시작했고,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민간 지원 등도 했다. 이를 통해 진의를 충분히 전달했다. 조문 문제도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할 만큼 한 것이다. 오히려 북에 묻고 싶다. 우리가 그렇게 하는 동안 북은 무엇을 했나? 지도자가 사망해서 북이 당황스럽고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더니 그런 것까지 다 비난했다. 신뢰가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대화채널이 더 중요하다. 대화 성과를 내는 것은 다음이고, 대화채널 여는 것이 먼저다. 북도 호응해서 꼭 대화채널을 열었으면 좋겠다.” -대화채널이 열리면 우선 다룰 문제는 무엇인가? “저쪽 생각이 있을 테니 일방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핵심 의제로는 천안함·연평도 사과 문제, 비핵화, 5·24 조처, 경협 문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식량지원 문제 등이 있다. 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산가족 상봉이다. 인도적 문제라서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중장기적으로 10·4 남북정상선언 이행을 위해서도 여러 협의가 필요하다. 이행할 수 있는 것부터 우선 하고, 이행이 어려운 것은 미루면 된다.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 있을 텐데 이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어느 날 갑자기 이행을 선언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조문차 방북해서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북쪽과 실무적 대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동안에도 금강산 관광에 대해 현대아산과 저쪽 실무자들 사이에는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당국 간엔 없었다. 그런데 관광객 신변 안전은 기업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신변 안전은 전 국민이 대상이고 한 기업이 담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관광이 재개되려면 당국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유연화 조처 연장선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안한 서울시향 평양 연주회나 경평 축구대회와 같은 문화·체육 행사를 먼저 시도해볼 수 있지 않나? “현시점에서는 지방정부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아직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문화·스포츠 교류를 할 것이다. 서울시에서 정식으로 제안이 오면 남북관계를 봐가면서 하겠다.” 김정일 사망 발표내용 의문 없어
조문안한 것 가지고 시비하는 건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시각과 장소에 대해 우리 정보당국이 다른 의견을 이야기했는데? “우리 정보당국에서 사망 시각, 장소를 수정한 일이 없다. 북의 발표를 부정할 정보가 없다. 폐쇄사회니까 추측과 궁금증이 있지만, 우리 정부는 그것에 의문을 갖고 있지 않다. 북이 발표한 내용이 옳다고 본다. 남의 지도자의 죽음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은 꽉 막힌 남북관계에서 전환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사과는 사과대로 요구하면서 정부 차원의 조문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조문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각자 형편에 맞게 하는 것이다. 조문 안 한 것 가지고 시비하는 것은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질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가지고 전체 남북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 않다.” 인터뷰/백기철 정치부장, 정리/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