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의 최고 권력기구로 알려진 국방위원회가 남북의 대화 재개와 관계 개선과 관련해 9개의 공개 질문장을 발표했다. 이는 연초부터 남쪽 정부가 제안한 ‘고위급 회담’ 등에 대한 북 정부의 실질적인 첫 답변이다. 그러나 질문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이명박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어서 실제로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국방위 정책국은 2일 발표한 공개 질문장에서 가장 먼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때 문상하지 않은 일에 대해 남쪽 정부의 사죄를 요구했다. 그리고 남쪽 당국과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또 질문장은 천안함 침몰 사건과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 북쪽을 더이상 헐뜯지 않겠다고 세계 앞에 공언하라고 요구했다. 질문장은 또 이달 말로 예정된 ‘키 리졸브’ 합동군사훈련을 전면중지할지, 국가보안법 등 반북 법률을 철폐할 것인지를 물었다. 이 네 가지는 남쪽 정부로서는 긍적적 답변을 하기 쉽지 않은 질문들이다.
그러나 질문장은 남쪽 정부가 검토할 수 있는 내용들도 물었다. 이를테면 6·15, 10·4공동선언 전면 이행, 한반도 비핵화 실천, 반북 심리모략전 중단, 남북 교류협력 재개·활성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등이다. 북은 질문을 마치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화의 상대가 되는가를 스스로 돌이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은 1998년 이후 10차례에 걸쳐 이런 질문장을 발표한 바 있으나, 국방위 이름으로 낸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중요한 시점에서 북한이 이런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이 유감스럽고 일일이 대꾸하지 않겠다”며 “민족과 국제사회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고 우리의 대화 재개 노력에 진정성을 갖고 호응해 오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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