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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다 보는 북쪽 사이트 왜 차단하나…“북 알려면 빗장 풀어야”

등록 2012-02-05 21:15수정 2012-02-05 23:15

누구든 우회사이트 통하면
북 `로동신문’ 등 조회 가능
“단순 접속, 처벌 대상 안돼”
실효성 없고 구시대적 지적
전문가 “진보세력 위축 의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지난해 12월 말 서울 종로구 정부중앙청사 3층 통일부 기자실. 아침마다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우회 접속(프록시) 사이트를 통해 북의 주요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나 <로동신문>, <우리민족끼리>,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기관지인 <조선신보>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도 내용을 조회하고 있었다. 통일부 출입 기자들은 오래전부터 이렇게 우회 사이트를 통해 북쪽 사이트에 접속해 왔다.

기자들뿐 아니라, 통일부의 공무원들도 이 우회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 북한의 텔레비전과 라디오, 통신 등을 합법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통일부 정보상황실 이외의 부서에서는 공무원들도 기자들처럼 우회 사이트를 통해 북쪽의 통신과 신문을 조회한다. 통일부 공무원들은 북쪽 사이트에서 나오는 주요 성명이나 논평 등을 그때그때 갈무리해서 기자실에 나눠준다.

이렇게 언론인들과 공무원들이 굳이 우회 사이트를 통해 북쪽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는 이유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경찰청이 이들 사이트를 유해 사이트로 분류해 접속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의 사이트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44조 7항 8호에 따라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들 북한 사이트의 내용이 국가보안법 7조 찬양·고무 등에 이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사이트에 대한 접속과 조회는 불법도 처벌 대상도 아니다. 국가보안법상의 북을 이롭게 하려는 목적을 갖고 이 정보를 활용해야 처벌 대상이 된다. 경찰청 임국빈 보안2과장은 “연구자나 언론인이 공익적 목적으로 접속했거나 일반인이 단순한 호기심으로 접속·조회한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며 “북 지도자나 체제를 찬양·고무할 목적으로 이 내용을 가져다가 유포·교육했을 때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수십수백 가지에 이르는 우회 사이트를 통하면 누구든지 북쪽 사이트를 접속할 수 있어 이들에 대한 차단은 실효성도 별로 없다.

그러면 왜 경찰과 방통위는 접속·조회가 불법도 아닌 이 사이트들을 굳이 막고 있는 것일까? 임 과장은 “국민들 대다수는 그런 사이트의 정보를 신뢰하지 않지만, 종북 카페를 만들거나 가입한 사람들, 판단 능력 부족한 청소년들은 깜빡하면 넘어갈 수 있다”며 “혹시라도 그런 분위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미리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쪽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이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언론 자유가 있는 남쪽에서는 북쪽에 대한 정보를 푸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체제 경쟁은 이미 남쪽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며 “북쪽 정보 차단은 남쪽 시민을 통제하고 진보세력을 위축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통계를 보면, 2010년 남쪽의 국내총생산(GDP)은 북의 40배, 군사비 지출은 북의 32배인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매체에 대한 빗장을 풀면 남쪽 시민들이 북쪽 사회를 더 잘 이해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나 정보가 이미 객관적”이라며 “북쪽 정보를 풀면 오히려 남쪽 시민들이 북의 실체나 문제점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남쪽 시민들은 재미가 없어서 보지도 않을 사이트를 꽁꽁 묶어놓고 있다”며 “북쪽 정보를 풀면 오히려 보수세력이 우려하는 친북세력이 더 적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원 유선희 구본권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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