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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중 대사관 앞 시위 원하지 않아
외교부가 일찍 협상 나섰다면…”

등록 2012-03-07 21:13

탈북자 가족 인터뷰
일부 언론, 구체적 신상 보도
탈북자들 겪을 위험 더 커져
탈북자 김철수(가명)씨는 지난달 8일 중국에서 붙잡힌 한 탈북자의 가족이다. 7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만난 그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사람들이 중국 대사관 앞에서 데모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족이 중국에서 붙잡힌 뒤 처음에 그와 다른 탈북자 가족들이 원한 것은 한국 외교통상부의 도움이었다. 외교부가 조용히 중국 정부와 협상을 나서 가족들의 북송을 막고 한국행을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김씨와 다른 가족들이 북한인권단체와 국회에 도움을 요청하자, 그들은 중국 대사관 앞에 가서 시위를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가 중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할 테니 가족들은 외교통상부에 가서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2차례 외교부를 찾아가 도움을 호소했고 한참 뒤에야 외교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그는 말했다. 김씨는 “남한 정부가 좀 더 일찍 나섰다면 이번 일이 시끄러워지지 않으면서 잡혀있는 탈북자들이 풀려날 수도 있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시위가 계속되면서 어려움도 많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중국에서 붙잡힌 탈북자는 물론이고, 한국에 있는 김씨와 탈북자 가족들의 신상 정보를 구체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또 시위 관계자들에게 현지의 정보를 알려주면 이들은 득달같이 언론사에 그 내용을 전달해 공개되도록 했다. 김씨는 “붙잡힌 사람들이나 한국에 있는 가족에 대한 정보 공개는 붙잡힌 사람들을 북송해서 처벌하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국에 가족이 있는 탈북자가 북송될 경우 더 엄한 처벌을 받고 다시 탈북하기도 어려워진다.

김씨가 정부에 바라는 것은 탈북자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외교부에서 조금만 노력을 하면 탈북자들이 덜 고통스럽게 남한이나 제3국으로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번 일이 터지고 나서도 외교부가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제 국민도 지켜주지도 못하는 나라에 더 살 필요가 있는가.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으로 이민을 가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가족들이 남북으로 뿔뿔이 흩어져 사느니 차라리 북한으로 돌아갈까도 고민했다고 한다.

김씨는 탈북자에 대해 한국인들이 아직 잘 모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탈북자가 북송되면 즉시 처형된다는 이야기는 과장됐다고 그는 말했다. 보통은 국가안전보위부(정보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관리소(정치범 수용소)나 교화소(교도소)에서 징역형을 산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이 배고파서 남한으로 온다는 생각도 틀렸다고 그는 지적했다. 예전에는 배고픔 때문에 탈북했지만, 최근 탈북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유’를 얻기 위해 남한으로 왔다는 것이다. 또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은 가족·친척의 안전 때문에 ‘남한행’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밝혔다. 김씨의 얼굴과 이름, 나이, 출신지, 가족관계, 탈북 시기 등은 중국에 잡혀있는 가족들의 안전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는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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