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사찰과 식량지원 연계돼
“합의 결렬” 나서기 힘들어
“합의 결렬” 나서기 힘들어
북한이 로켓 발사를 선언하면서 북-미 합의가 결렬 위기를 맞고 있지만 미국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뾰족수가 없어 고민에 빠져 있다. 북의 로켓 발사를 용인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먼저 ‘베이징 합의 결렬’을 명시적으로 선언하기도 아쉬운 상황이다.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할 경우,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안보리에 이 문제를 회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구속력이 없는 안보리 성명이 북한에 실질적 압박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과 식량지원에 대한 결정도 쉽지 않다. 미국은 “로켓을 발사하면 식량지원은 어렵다”고 밝혔지만, 국제원자력기구 사찰에 대해선 입장이 모호하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북한 핵 사찰단 파견 문제를 놓고 국제원자력기구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우라늄농축 중단에 대해 미국의 미련이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2·29 합의에 미국이 지원하는 식량이 북한 항구에 들어오는 것과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이 북한에 들어오는 시기를 연계시켜 놓았다는 점이다. 사찰단이 들어가면 식량지원을 해야 하지만, 북한이 로켓 발사를 하겠다는 마당에 국내외 여론이 이를 수용하기 어려워 미국이 자충수에 빠진 꼴이다.
최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등이 주최한 뉴욕 한반도 세미나에 참석했던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은 <한겨레>에 “아마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도 식량지원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당분간 북-미 대화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먼저 ‘판을 깨겠다’고 나설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북한이 ‘합의 결렬’ 수준에서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협상 결렬 이후 핵실험 등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킨 바 있는데,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중국을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자주권리를 침해하면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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