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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기고] 중국과 ‘조용하되 적극적 외교’를

등록 2012-03-23 21:11

 김연철 인제대 교수(통일학부)
김연철 인제대 교수(통일학부)
[토요판] 커버스토리
탈북자 북송 해법은
중국의 탈북자 북송이 안타깝다. 대부분의 탈북자가 경제적인 이유로 국경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북한에 돌아가 처벌을 받는다면 중국은 난민 지위에 관한 규약을 위반하는 것이다. 경제적 월경자라 하더라도 정치적 처벌의 대상이 되면, ‘위임 난민’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이들이 북한에 돌아갔을 때,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혹은 최소한 난민심사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중국의 태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문제는 방법이다. 정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조용한 외교’의 한계를 지적한다. 과연 그럴까. 이들은 ‘조용한 외교’를 우리가 중국에 선처를 호소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아니다. 외교는 그렇게 소극적이지 않다. 물밑 협상은 단지 상대의 호의에 기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조용한 외교의 반대말이 ‘적극적 외교’가 아니다. 대중국 비공개 협상이 소극적으로 비치는 것은 결국 이명박 정부의 한-중 관계 악화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협상을 할 수 있는 신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협상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지금처럼 북-중 관계는 강화되고, 한-중 관계가 약화되면 대중 협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민주정부 10년 동안에도 탈북자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의 협상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성과도 적지 않았다. 2001년 탈북자 가족이 베이징에 있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유엔난민기구)에 들어가 난민신청을 했을 때, 중국은 이들을 북한에 돌려보낸 것이 아니라 제3국으로 추방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가 있었다. 2002년에도 탈북자 25명이 같은 방식으로 제3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적이 있다. 유엔난민기구의 중국 내 활동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강조했지만, 중국과의 물밑 협상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중국 내 한국 대사관 및 영사관을 통한 한국 입국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 공관시설에 진입한 탈북자의 국내 입국에 차질을 빚은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다. 현재는 거의 중단된 상태다. 공관에 들어가면, 한국에 가지 못하고, 사실상의 감옥생활을 해야 하는데, 누가 들어가겠는가. 과거 정부에서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한·중 양국의 신뢰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정부가 협상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한국 입국 통로가 없는 것과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차이가 있다. 특히 명백히 정치적 망명 의사를 가진 탈북자나 국군포로와 같은 ‘특수 탈북자’는 한국 공관을 통한 국내 입국이 가장 안정적이다.

조용한 외교는 중국에 한정되지 않는다. 탈북자들이 중국을 거쳐 몽골이나 동남아시아로 가는 과정에서도 정부의 외교력이 필요하다. 이 또한 중국 정부의 묵인과 방조가 필수적이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는 베트남처럼 남북 동시 수교국도 있다. 탈북자 문제가 공개되면, 관련 국가의 협조를 얻기 어려워진다. 2004년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강력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내 탈북자 130여명을 전세기로 입국시킨 경험도 있다.

탈북자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면서 조용한 외교’가 여전히 중심이 되어야 한다. 동시에 유엔 인권외교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물밑 협상과 공개외교는 병행의 문제이지, 양자택일의 대상은 아니다. 유엔 인권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설득력이다. 특히 중립적 국가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인권에 대한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대결적 탈북자 인권 정책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당연히 대중국 협상력만 약화시킬 뿐이다.

유럽의 사례나 동서독 관계의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대화와 인권요구는 병행할 수 있다. 남북관계의 특성 때문에 물론 복잡하고, 지혜가 필요한 과제다. 정부의 할 일이 있고, 시민사회의 역할이 있다. 정부가 외교를 포기하고 마치 보수적 시민단체처럼 행동하는 것은 문제다. 외교 무능은 부끄러운 일이지 자랑할 일이 아니다. 또한 탈북자 문제의 근원에 북한의 식량난이 있다. 그래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북한 주민의 사회경제적 권리를 무시하고, 시민정치적 권리만 주장하는 것은 올바른 인권개념이 아니다. 반쪽 인권 개념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들의 인권도 중시될 필요가 있다. 탈북자와 북한 인권, 지금처럼 대립을 부추길 것이 아니다. 합의를 모아야 할 시대의 과제다. 인권에 대한 성찰이 합의의 출발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통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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