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3호’ 발사서 추락까지
2009년 ‘은하2호’ 3단계 분리 성공 견줘 ‘참담한 실패’
1단계 분리전 2단계 추진체 조기 점화로 폭발한듯
일 전문가는 자폭설 제기…엔진 수거해야 규명가능 북한은 역시 허를 찔렀다. 자신들이 예고한 발사기간 12~16일 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 13일을 발사일로 택하더니, 시간대도 낮이 아닌 아침 7시39분으로 골라잡았다. 하지만 북한이 발사한 로켓은 되레 북한 당국의 허를 찔렀다.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궤도에 올려놓기는커녕, 발사 2분여 만에 폭발하더니 몇 분 만에 서해상에 잔해를 흩뿌리며 사라진 것이다. ■ 발사 2분여 만에 폭발, 서해로 추락
북한은 13일 아침 7시38분55초(북한 발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기지에서 ‘은하 3호’ 로켓을 쏘아 올렸다.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로켓 상부에는 인공위성 ‘광명성 3호’가 탑재돼 있었다. 발사 이틀 전에 열린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군사위원장으로 추대돼 공식적인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취임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등 북한 수뇌부가 어디에선가 발사를 지켜보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로켓 발사 직후 3만6000㎞ 상공 정지궤도에서 동창리 발사기지를 감시하고 있던 미국의 DSP 조기경보위성이 추진체에서 나오는 화염을 탐지했다. 이 정보는 곧바로 미국 콜로라도주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에 통보됐다. 미군의 최첨단 이동식 레이더인 해상기반 엑스밴드 레이더(SBX-1) 등이 로켓의 정확한 궤도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서해상에 머물고 있던 한국 해군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도 SPY-1D 위상배열 레이더를 이용해 54초 뒤인 7시39분49초에 로켓 발사 사실을 파악했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레이더가 발사를 탐지하는 데에는 로켓이 수평선 위로 올라오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미 군당국은 긴장 속에서 로켓 궤도를 추적했지만, 긴장은 오래가지 않았다. 발사 2분15초 뒤인 7시41분10초에 로켓에 이상이 감지됐다. 로켓 동체가 두 개로 나뉜 것이다. 폭발에 따른 분리로 추정됐다. 당시 속력이 마하 5.6(초속 1900m가량)에 이르렀던 로켓은 일단 위로 계속 솟아올랐지만, 발사 3분 뒤인 7시42분55초께 백령도 151㎞ 상공을 지나면서부터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5분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분리된 추진체 첫번째 조각은 10여개로 나뉘어 서해안 일대에 쏟아졌다. 군 관계자는 “서울 서쪽 165㎞ 해역에 1차 추진체로 추정되는 큰 조각이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어 평택과 안면도 서쪽 100~150㎞ 해역에 10여개 조각들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분리된 추진체의 두번째 조각은 좀더 비행해 세 조각으로 나뉘더니, 7시48분2초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발사 뒤 9분7초가 흐른 시점이었다. 레이더에 표시된 최종 위치는 변산반도 서쪽 150~200㎞ 공해상. 공교롭게도 북한이 로켓의 1단계 추진체가 떨어질 것으로 예고한 해역이었다. ■ 예상외 ‘초보적 실패’ 왜?
유엔을 비롯한 전세계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발사를 강행한 ‘은하 3호’ 로켓이 발사 2분여 만에 폭발해 서해에 수장되자, 실패 원인에 가장 큰 관심이 모아진다. 2009년 ‘은하 2호’ 로켓 발사 때 3단계 추진체 분리까지 성공한 것에 비춰, 이번 경우는 너무 ‘초보적인 실패’이기 때문이다. 로켓의 폭발 원인과 관련해 국방부 신원식 정책기획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정확하게 파악된 바 없다. 한·미 군당국이 면밀하게 평가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2단계 추진체 조기점화론’이 조심스럽게 얘기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1단계 추진체 분리 이전에 폭발이 있었는데, 1단계 분리 이전에 2단계 추진체가 점화된 결과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채연석 연구위원(전 원장)도 “정상적으로 비행했다면 1단계 추진체가 450㎞는 비행했어야 하나 그 이전에 폭발이 일어나 추락한 것으로 보아, 1·2단계 추진체가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2단계 추진체가 점화돼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발사대에서 로켓을 조립한 것이 문제가 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창리 발사장은 조립동이 아직 건립되지 않은 미완성인데 무리하게 발사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노천에서 조립할 경우 먼지 등 불순물이 부품 사이에 낄 수 있다”며 “러시아에서 이를 경고했는데도 북한이 무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자폭설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자동폭파 장치 가동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는 전문가 분석을 보도했다. 일본 규슈대학 야사카 데쓰오 명예교수(로켓공학)도 <엔에이치케이>(NHK)와 한 인터뷰에서 로켓이 궤도를 이탈함에 따라 북한 당국이 자폭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로켓이 궤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자폭 장치를 작동시켰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엔진 이상 등 내부적 원인으로 압력이 발생해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원인은 발사체에서 지상기지국으로 보내온 자료를 분석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이근영 선임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hyuk@hani.co.kr
1단계 분리전 2단계 추진체 조기 점화로 폭발한듯
일 전문가는 자폭설 제기…엔진 수거해야 규명가능 북한은 역시 허를 찔렀다. 자신들이 예고한 발사기간 12~16일 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 13일을 발사일로 택하더니, 시간대도 낮이 아닌 아침 7시39분으로 골라잡았다. 하지만 북한이 발사한 로켓은 되레 북한 당국의 허를 찔렀다.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궤도에 올려놓기는커녕, 발사 2분여 만에 폭발하더니 몇 분 만에 서해상에 잔해를 흩뿌리며 사라진 것이다. ■ 발사 2분여 만에 폭발, 서해로 추락
북한은 13일 아침 7시38분55초(북한 발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기지에서 ‘은하 3호’ 로켓을 쏘아 올렸다.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로켓 상부에는 인공위성 ‘광명성 3호’가 탑재돼 있었다. 발사 이틀 전에 열린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군사위원장으로 추대돼 공식적인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취임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등 북한 수뇌부가 어디에선가 발사를 지켜보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로켓 발사 직후 3만6000㎞ 상공 정지궤도에서 동창리 발사기지를 감시하고 있던 미국의 DSP 조기경보위성이 추진체에서 나오는 화염을 탐지했다. 이 정보는 곧바로 미국 콜로라도주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에 통보됐다. 미군의 최첨단 이동식 레이더인 해상기반 엑스밴드 레이더(SBX-1) 등이 로켓의 정확한 궤도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서해상에 머물고 있던 한국 해군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도 SPY-1D 위상배열 레이더를 이용해 54초 뒤인 7시39분49초에 로켓 발사 사실을 파악했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레이더가 발사를 탐지하는 데에는 로켓이 수평선 위로 올라오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미 군당국은 긴장 속에서 로켓 궤도를 추적했지만, 긴장은 오래가지 않았다. 발사 2분15초 뒤인 7시41분10초에 로켓에 이상이 감지됐다. 로켓 동체가 두 개로 나뉜 것이다. 폭발에 따른 분리로 추정됐다. 당시 속력이 마하 5.6(초속 1900m가량)에 이르렀던 로켓은 일단 위로 계속 솟아올랐지만, 발사 3분 뒤인 7시42분55초께 백령도 151㎞ 상공을 지나면서부터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5분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분리된 추진체 첫번째 조각은 10여개로 나뉘어 서해안 일대에 쏟아졌다. 군 관계자는 “서울 서쪽 165㎞ 해역에 1차 추진체로 추정되는 큰 조각이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어 평택과 안면도 서쪽 100~150㎞ 해역에 10여개 조각들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분리된 추진체의 두번째 조각은 좀더 비행해 세 조각으로 나뉘더니, 7시48분2초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발사 뒤 9분7초가 흐른 시점이었다. 레이더에 표시된 최종 위치는 변산반도 서쪽 150~200㎞ 공해상. 공교롭게도 북한이 로켓의 1단계 추진체가 떨어질 것으로 예고한 해역이었다. ■ 예상외 ‘초보적 실패’ 왜?
유엔을 비롯한 전세계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발사를 강행한 ‘은하 3호’ 로켓이 발사 2분여 만에 폭발해 서해에 수장되자, 실패 원인에 가장 큰 관심이 모아진다. 2009년 ‘은하 2호’ 로켓 발사 때 3단계 추진체 분리까지 성공한 것에 비춰, 이번 경우는 너무 ‘초보적인 실패’이기 때문이다. 로켓의 폭발 원인과 관련해 국방부 신원식 정책기획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정확하게 파악된 바 없다. 한·미 군당국이 면밀하게 평가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2단계 추진체 조기점화론’이 조심스럽게 얘기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1단계 추진체 분리 이전에 폭발이 있었는데, 1단계 분리 이전에 2단계 추진체가 점화된 결과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채연석 연구위원(전 원장)도 “정상적으로 비행했다면 1단계 추진체가 450㎞는 비행했어야 하나 그 이전에 폭발이 일어나 추락한 것으로 보아, 1·2단계 추진체가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2단계 추진체가 점화돼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발사대에서 로켓을 조립한 것이 문제가 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창리 발사장은 조립동이 아직 건립되지 않은 미완성인데 무리하게 발사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노천에서 조립할 경우 먼지 등 불순물이 부품 사이에 낄 수 있다”며 “러시아에서 이를 경고했는데도 북한이 무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자폭설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자동폭파 장치 가동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는 전문가 분석을 보도했다. 일본 규슈대학 야사카 데쓰오 명예교수(로켓공학)도 <엔에이치케이>(NHK)와 한 인터뷰에서 로켓이 궤도를 이탈함에 따라 북한 당국이 자폭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로켓이 궤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자폭 장치를 작동시켰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엔진 이상 등 내부적 원인으로 압력이 발생해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원인은 발사체에서 지상기지국으로 보내온 자료를 분석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이근영 선임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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