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방송인 <조선중앙텔레비전>이 13일 낮 12시11분께 정규방송 도중 긴급뉴스 형식으로 ‘광명성 3호의 궤도진입 실패’ 사실을 보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전세계 주시에 거짓말 부담
유엔 제재 논의도 의식한듯
유엔 제재 논의도 의식한듯
북한이 13일 은하 3호 로켓 발사와 관련해 발사 4시간25분 만에 스스로 궤도 진입 실패 사실을 발표했다. 과거 은하 1·2호의 발사가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낮 12시3분 “조선에서의 첫 실용위성 광명성 3호(은하 3호) 발사가 13일 오전 7시38분55초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됐다”며 “지구관측위성의 궤도 진입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또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현재 실패의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보도문은 매우 짧지만, 북한이 이제까지 3번의 은하 로켓 발사와 관련해 실패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1998년 발사한 은하 1호와 2009년 발사한 은하 2호는 모두 궤도 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1호의 경우 1500㎞를 날아서 태평양에 떨어졌으며, 2호는 650㎞를 날아가 1단 추진체를 동해에 떨어뜨리고, 2단 추진체는 3800㎞를 날아서 역시 태평양에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된다. 1호는 준중거리 탄도 미사일(MRBM), 2호는 중거리 탄도 미사일(IRBM)의 사정거리에 해당한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은 5500㎞ 이상의 사정거리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은하 1호 때는 “3단계 추진체를 이용한 인공위성을 발사해 궤도 진입에 성공했으며, 지구를 돌면서 노래와 신호를 전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2호 때도 “운반로켓 은하 2호로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2호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4시간여 만에 궤도 진입 실패 사실을 스스로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먼저 이번 발사의 실패가 명백해 궤도 진입 성공을 강변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을 든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과거에는 1단이나 2단 추진체가 분리됐기 때문에 성공을 주장할 작은 근거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발사 직후 폭발해 서해에 떨어졌기 때문에 뭔가를 주장할 여지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전개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제재 논의를 의식했다는 분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인공위성이라고 해도 안보리 제재 논의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인공위성 발사라는 점을 강조해 책임을 덜어보자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세계에서 로켓 발사를 주시하고 있었고, 특히 이번에는 100여명에 가까운 전문가와 언론인이 북한을 방문한 점도 북한이 무리한 주장을 하는 데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파편이 모두 서해에 떨어지는 바람에 남한에서의 수거 가능성이 커진 점도 고려했을 수 있다고 한 정부 관리는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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