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진급 탈락 화풀이 해프닝 뒤에는 공군 인사 둘러싼 난맥상
이 정부 들어 유독 공군에서 TK 편중 인사 뒷말 많이 나와
이 정부 들어 유독 공군에서 TK 편중 인사 뒷말 많이 나와
공군 헌병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영관급 장교 2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이를 계기로 군 내부 부조리와 인사를 둘러싼 각종 음해와 줄서기, 출신지역 따지기 등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 공군 헌병 장교들 금품거래
공군 검찰부는 이달 초 200여만원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헌병병과 ㅇ중령과 ㅇ대령을 불구속기소했다. ㅇ중령은 2010년 초 현금 100만원과 100만원 상당의 술을 ㅇ대령에게 건네고(뇌물공여), ㅇ대령은 이를 건네받은(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ㅇ대령은 국방부에, ㅇ중령은 공군 작전사령부에 근무하고 있었다. ㅇ대령은 열흘 가량 뒤 ㅇ중령과 함께 근무하던 상관의 계좌로 100만원을 되돌려보냈으며, 술은 1년여가 지난 뒤에 되돌려줬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대령 진급 인사가 발표된 뒤 문제가 불거졌다. 대령 진급에서 탈락한 ㅇ중령이 병과 선배 대령들에게 불만과 항의의 뜻을 담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문자에는 비방과 욕설 등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문자를 받은 ㅇ대령은 격분했고, ㅇ중령을 고소하면서 과거 자신에게 100만원을 건넸던 사실까지 털어놨다. 당사자가 금품거래 사실을 밝히고 나선 셈인데, 검찰부는 곧바로 되돌려주지 않아 뇌물수수의 뜻이 있었다며 ㅇ대령도 기소했다.
사실 여기까지는 ‘진지한 형사사건’보다는 일종의 ‘해프닝’에 가까웠다. 진급 탈락 화풀이로 상관에 문자메시지 화풀이를 했다는 것, 상관은 부하를 신고하며 자신의 발등까지 찍은 셈이기 때문이다. 또 뇌물치곤 액수도 작았다. 군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범죄를 수사하는 헌병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사람들인데, 다른 사람 명의 휴대전화로 비방 문자를 보내면 괜찮을 줄 알았던 것도 이상하고, 자신도 처벌받을 텐데 금품거래 사실을 신고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 인사·내부 부조리 ‘뒷말’ 나와
이 사건을 계기로 공군 내부 알력다툼이나 인사를 둘러싼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우선, 뇌물을 건넨 중령은 보직 해임돼 처리됐지만 뇌물을 받은 대령은 현직에서 근무중이다. 이와 관련해 공군은 “ㅇ중령은 지휘관인 교육사령부 헌병대대장이어서 휴직하도록 했지만, 공군사관학교 한 연구원에 근무중인 ㅇ대령은 (지휘관이 아닌) 업무 성격상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군 일각에서는 “이달 초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은 두 사람 모두 기소하고 휴직시키도록 결재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ㅇ대령만 현직을 유지한 채 재판을 받게 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ㅇ대령이 억울하다는 의견도 있다. 경력 10년이 넘는 육군의 한 법무관은 “받은 자리서 되돌려준 게 아니라면 죄가 되는 게 맞지만, 인사청탁 등의 대가로 보기엔 액수가 작은데다 뒤늦게라도 돌려줬다면 기소유예 정도가 적당해 보인다”며 “왜 굳이 기소했는지 선뜻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서는 호남 출신인 ㅇ대령이 지난 18일 전역한 박종헌 총장 쪽 라인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군 관계자는 “ㅇ대령은 과거 ㄱ총장 시절 잘 나가던 인물로, 박 전 총장과는 지역도 엇갈리고 그쪽 라인도 아니다”고 말했다. ㅇ 대령과 소원한 관계였던 박 전 총장이 기소까지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런 말들이 나오는 배경에는 공군 인사를 둘러싼 난맥상이 자리하고 있다. 박 전 총장은 장성 진급 뒤에도 한직을 맴돌았는데, 현 정권 출범 뒤 갑자기 잘 나가더니 총장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경북 포항 출신에 경북고를 졸업한 배경 덕을 봤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박 전 총장을 이어 지난 18일 새 공군참모총장으로 취임한 성일환 장군도 경남 창녕 출신으로 대구 영남고를 나온 티케이 인물이다. 문제는 군 인사가 출신 지역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지만, 유독 공군에서는 뒷말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공군 인사를 두고 말이 많은데, 지난해 가을 대령 인사에서는 조종을 제외한 모든 병과 대령 진급자 가운데 영남 출신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한다”며 “이런 지역색 인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장성이 이번 인사에서 진급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어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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