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린 한겨레통일문화상 시상식에서 임동원 한겨레 통일문화재단 이사장(오른쪽)이 수상자로 선정된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에게 상패를 전달한 뒤 악수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한겨레통일문화상 받은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아버지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인민군이었다. 탈영해 귀순했고, 보수적인 교단의 목사가 됐다. 어머니는 6·25 당시 간호장교로 전쟁에 참여했다. 한국전쟁과 분단으로 조국이 맺어준 인연이었다. 그런데 아들이 문제였다. 공부는 곧잘 했지만 대학에 들어가더니 하지 말라는 ‘데모질’’을 하러 다녔다. 통일이니, 평화니, 학생운동에 앞장서던 아들은 결국 제대로 된 직장을 잡지 못했다. 그러더니 참여연대라는 이름의 시민단체에 들어갔다.
“부모님의 반대가 상상을 초월했죠.”
단체에 들어가더니 무기도입감시·군축운동이라는 것에 앞장서 평화군축센터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라크·아프간 파병반대운동을 이끌었고, 동북아 평화협력 및 비핵군축 등을 위한 협의체인 한반도평화협의회 간사로 활동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에도 앞장섰다. 2010년 천안함사건이 터졌다.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사건의 조사와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공개서한과 영문보고서를 보냈다. 정부, 여당, 보수언론 및 보수단체는 그의 이름 위에 ‘이적,’ ‘비국민,’ ‘종북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였다. 지금도 포털사이트에는 천안함이라는 단어에 ‘이태호’라는 이름이 연관검색어로 올라온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18일 한겨레통일문화재단에서 제14회 한겨레통일문화상을 받았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제가 받기에는 과분한 상”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한평생을 통일운동에 헌신한 선배가 받아야 할 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장에서 활동하는 젊은 평화·통일 활동가들과 실무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주는 것으로 알고 감사하게 받겠다”고 했다.
상을 받아든 그가 처한 지금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전날에도 성명서를 쓰다가 밤을 새웠다. 남북관계 경색국면은 악화일로다. 할 일이 많다. 그는 “사무처장이 되면서 내세운 과제 중 하나가 ‘평화만들기’였지만, 평화를 위해 한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었다”고 지난 2년을 고백하듯 털어놨다.
그는 19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천안함 청문회 제안서를 내놓은 상태다. 그는 천안함 사건의 진실이 앞으로 남·북관계를 푸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본다. “남북관계가 본격적으로 악화하기 시작한 것은 천안함 사건이었죠. 사건 직후 정부는 5·24조처를 내렸고, 그 봉쇄조처 뒤 남북관계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고 있어요.”
천안함 사건 뒤 정부는 아프간 재파병,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전용면책 등을 진행했다. 이 처장이 일일이 대응하기 벅찰 정도로 평화를 거스르는 정책이 연이어 쏟아졌다.
그래서 그에겐 대통령선거가 있는 올해가 누구보다 중요하다. 그는 “평범한 시민의 상식이 정치를 앞서고 있다”며 “협력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 남북관계 경색국면을 헤쳐나가자는 문제의식이 보인다. 대선을 맞으면서 평화를 위한 대중적인 운동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임동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과 백낙청 6·15남측위원회 명예대표, 양상우 한겨레신문 사장,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임종대 참여연대 전 공동대표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하어영 기자hah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