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소식통 “기업소, 생산 독자결정…당엔 인사권” 밝혀
“교육·의료 등 국가기관만 배급제, 농업수확 30% 농민에”
정부 “일부 시장경제 요소 도입” 전문가 “물자부족이 원인”
“교육·의료 등 국가기관만 배급제, 농업수확 30% 농민에”
정부 “일부 시장경제 요소 도입” 전문가 “물자부족이 원인”
북한의 일부 지역에서 경제 개혁의 시범 사업이 시작돼 사회주의 경제의 근간인 계획경제와 배급제가 일부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도 북한에서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해 경제 정책에 변화를 주려는 동향이 파악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9일 량강도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8월6일부터 각 근로단체 조직들과 공장 기업소들을 상대로 ‘새 경제 관리 체계’ 관련 강연회가 열리고 있다”며 “강연회에서 ‘새 경제’의 구체적 내용과 시행에 관해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새 경제 관리 체계’는 국가가 생산 계획을 정해주지 않고 공장 기업소들이 독자적으로 생산한 뒤 생산물의 가격과 방법을 스스로 정하는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특히 생산 설비와 자재, 연료도 해당 공장들이나 탄광, 발전소와 거래해 스스로 구입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다만 공장 기업소의 설립과 간부의 임명·해임은 예전처럼 조선노동당의 권한이라고 전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도 “‘새 경제 관리 체계’에 따라 생산과 판매, 수익 분배를 공장 기업소들이 자체로 결정하게 됐다”며 “국가기관 사무원들과 교육·의료 부문 직원들에게만 국가가 배급을 주고 다른 근로자들에 대한 배급제는 폐지됐다”고 말했다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시절을 겪은 뒤 북한에서는 평양 지역 주민들과 국가기관 공무원들이 우선 배급 대상이다. 농업의 경우, 올해 가을부터 ‘새 경제 관리 체계’를 도입하는데, 전체 수확량에서 70%는 정부가, 30%는 농민이 갖도록 규정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교육과 의료 등 기본적 사회주의 정책들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의 한 관리는 “북한의 일부 지역에서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해 경제 정책에 변화를 주려는 동향이 파악된다”면서도 “경제 개혁 방침으로 알려진 ‘6·28 조처’의 구체적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북한이 경제 개혁을 한다면 체제 안정을 고려해 전면 시행하지 않고 시범 지역부터 하면서 성과를 보고 시행착오를 보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제적 제재로 물자·농산물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자력갱생 차원에서 부분적으로 배급제를 폐지하고 시장 기능을 강화하는 것 같다”며 “결국 농민의 농산물 처분권 확대, 기업소의 생산 자율권 확대는 아직 낮은 단계지만 개혁·개방의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현재의 신중한 태도는 보수적 당·정·군의 불안감을 줄이고 주민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려는 것”이라며 “앞으로 남-북,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개혁·개방의 폭과 속도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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