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분쟁지역 알리기 의도”
일본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대응조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뜻을 밝혔지만 실제로 재판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 일본 정부가 제소를 해도 우리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재판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조약의 해석, 의무 위반의 사실 여부, 배상 등 국제적 법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유엔의 상설 재판소다.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에 가입하면서 유엔 규정에 따라 국제사법재판소의 당사국이 됐다. 우리는 국제사법재판소 당사국이 될 당시 강제관할권을 유보했다. 강제관할권이란 국가간 분쟁에 대해 한 국가가 법률적 판단을 위해 제소했을 때 그 상대방 국가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가 재판에 참석하도록 강제하는 권한이다. 따라서 국제사법재판소가 일본의 제소를 받아들여 재판을 진행하려면 우리나라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절대 대응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확고하다.
일본의 제소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본이 우리나라의 동의 없이 제소를 하면 국제사법재판소는 일단 우리나라에 그 사실을 통보한다. 하지만 우리정부가 제소에 동의하지 않으면 제소는 그걸로 끝이다. 재판이 성립되지 않아 제소의 효력이 상실되는 것이다. 일본이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꺼내는 것은 독도가 분쟁 지역임을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직접 제소가 아니라 외교서한을 통해 국제사법재판소로 갈 것을 제안해 동의를 얻는 방법도 있다. 일본은 1954년과 1962년에 “독도 문제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자”며 우리나라에 구상서(외교서한)를 보낸 바 있다. 당시 우리 정부는 “한국은 독도에 대해 처음부터 영토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국제사법재판소에서 권리를 확인받을 이유가 없다”며 거부했다.
하어영 기자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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