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시민은 53.7%만 “필요하다”
2011년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들의 94%는 “통일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43%에 이르렀다. 이들의 64%는 자신을 남한 사람으로, 31%는 북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송영훈 선임연구원이 2011년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 127명을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면접 조사해 29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93.6%로 압도적이었으며, ‘통일이 필요 없다’는 의견은 1% 미만이었다. 반면 2011년 남한 시민들은 53.7%만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통일 가능 시기와 관련해서는 11.8%가 ‘5년 안’, 29.1%가 ‘10년 안’, 8.7%가 20년 안이라고 답했으나,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43.3%에 이르렀다. 2011년 조사에서는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28.2%였으나, 1년만에 15.1%나 늘어났다. 탈북자들의 절대 다수는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절반 가까이는 통일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함께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통일이 되면 북한 사회에 이익이 될지에 대해서는 96.9%, 북한 주민 개인에게 이익이 될지에 대해서는 94.5%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반면 2011년 조사에서 남한 시민들은 50.7%만 남한 사회에 이익이 된다고 대답했고, 남한 시민 개인에게 이익이 된다고 본 사람은 27.8%에 불과했다. 대체로 북한 주민들은 통일의 이익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남한 시민들은 유보적이거나 부정적이었다.
통일이 빈부 격차와 실업 개선에 기여할지에 대해서는 각각 79.8%, 80.5%가 ‘그렇다’고 답했으나, 지역 갈등과 이념 갈등 개선에 대해서는 각각 49.6%, 53.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통일이 빈부 격차와 실업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지역·이념 갈등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고 본 것이다. 반면 2011년 남한 시민들은 빈부 격차와 이념 갈등, 지역 갈등, 실업이 악화할 것이라고 본 경우가 각각 70.6%, 70.1%, 67.8%, 60.8%에 이르러 매우 부정적이었다.
통일 뒤 거주지에 대해서는 32.3%가 북한에서, 45.7%가 남한에서, 20.5%가 처한 상황에 따라 살겠다고 대답했다. 남북한 주민들이 잘 어울려 살지에 대해서는 74.0%가 어울려 살 것이라고 답했으나, 26.0%은 어울려 살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남한 시민들에 대한 친근감 조사에서는 89.8%가 친근하게 느낀다고 답했으며, 10.2%는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대했다. 남한 사회의 포용력에 대해서는 70.6%가 포용적이라고 답했고, 29.4%는 포용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72.4%는 남한 사회에서의 생활에 만족했으나, 25.2%는 보통, 3.4%는 불만족이라고 답했다. 자신의 국가 정체성에 대해서는 64.3%가 남한, 31.0%가 북한이라고 답했으며, 4.8%는 남한도 북한도 아니라고 답했다.
남한의 대북 지원에 대해서는 67.7%가 북한에 있을 때 알았다, 31.5%가 몰랐다고 답변했고, 76.1%는 긍정적, 3.0%는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대북 지원의 규모에 대해서는 62.3%가 늘려야, 14.6%가 줄여야, 18.5%가 중단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군사적 위협과 관련해서는 54.6%가 남한이 북한을 상대로 무력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 90.8%는 북한의 핵무기가 남한에 위협적이라고 봤다. 남한 시민들은 2011년 조사에서 80%가 북한 핵무기에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다.
북한에 살 때 가장 친근하게 느낀 국가로는 중국이 70.4%로 압도적이었으며, 남한은 24.0%였다. 러시아는 3.2%, 미국은 1.6%, 일본은 0.8%에 불과했다. 북한에서 가장 위협적으로 느낀 국가는 미국이 66.1%로 압도적이었으며, 중극 22.3%, 남한 8.3%, 일본 3.3%였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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